정치전체

[취재후 Talk] 청와대 홈페이지에 뜬 '코로나 현황판' 뜯어보니

등록 2020.03.11 19:42

수정 2020.03.11 20:03

[취재후 Talk] 청와대 홈페이지에 뜬 '코로나 현황판' 뜯어보니

/ 청와대 홈페이지 캡처

청와대가 지난 10일부터 공식 홈페이지에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 현황'이라는 통계 자료를 띄웠다. 코로나19 총력 대응 기조에 발맞춰 홈페이지를 개편한 것인데, 청와대 관계자는 "코로나19 관련 국민들에게 투명하게 정보를 공개하겠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이 취지에 얼마나 부합하는지, 이른바 '코로나 현황판'을 뜯어보자.

① 신규 확진자 vs 누적 완치자?

현황판 상단에는 '확진자 추이', '완치자 추이'라는 제목의 그래프 2개가 크게 노출돼있다.

두 그래프는 모두 코로나 확산세가 정점을 찍고 하향세로 접어들기 시작한 2월 28일 이후부터 표기돼 있다.

두 그래프의 모양은 정반대로 대비된다. 신규 확진자는 줄어 하향곡선을 띠고, 완치자는 늘어 상향곡선을 그린다. 확진자 그래프는 매일의 '신규 확진자 수'가 반영된 반면, 완치자 그래프는 '누적 완치자 수'가 표기됐기 때문이다. 확진자 그래프와 달리 완치자 그래프는 당연히 올라가게 돼있다.

② 막대 그래프 vs 꺾은선 그래프?

확진자 추이는 막대그래프, 완치자 추이는 꺾은선 그래프로 제작됐다. 3월 1일과 3월 11일의 신규 확진자 수 차는 353명, 같은 기간 누적 완치자 수의 차는 258명으로, 확진자 수의 차이가 더 크다. 그러나 그래프 기울기는 완치자 추이를 보여주는 '꺾은선 그래프'가 더 가파르게 그려졌다.

③ 중국은 빼고, 한국 밑에 일본?

현황판 하단에는 검사건수와 확진율, 집단발생 현황, 지역별 현황, 사망률이 표로 정리돼 있다.

검사건수와 확진율이 함께 나오는 표에는 한국, 일본, 이탈리아 3개국이 순서대로 표기돼 있다. 11일 기준 한국이 일본보다 검사건수가 23배 많은 반면, 확진율은 2%포인트 가까이 낮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현재 확진자 수 1, 3위인 중국, 이란은 표에서 빠졌다. 확진자 5~8위 국가들도 빠졌지만, 9위인 일본이 한국 수치 아래 표기됐다.

④ 신천지 탓? 사망자 수 대신 치사율?

발생 특성란에는 11일 기준 '집단 발생 현황 80.1%' 중 '신천지 연관이 60.9%'라고 나온다. 최근 대두되는 청도 대남병원(122명), 천안 줌바댄스시설(107명), 구로 콜센터(90명)의 집단 감염 소식은 빠졌다.

한국 사망률은 0.77%로, '주요 발생국인 이란, 일본, 중국, 이탈리아, 미국은 평균 3.53%'라고 병기돼, 한국이 상대적으로 낮다는 점을 부각했다. 늘고 있는 사망자 수치는 '추이 그래프'로 제작되지 않았다.

청와대 설명은 이렇다. 일단 "질병관리본부에서 제공하는 데이터와 통일하기 위해 적용된 같은 기준"이라고 설명했다.

그래프가 2월 28일 이후 수치부터 반영된 점이나 특정 집단 발생 현황만 나오는 것은 홈페이지상 한정된 공간 때문이라고 한다.

코로나 확산세가 줄어든 시점에 현황판이 공개된 데 대해서도 청와대 관계자는 "2주간 제작 기간을 거쳐 공개한 것이지, 특정 시점을 염두에 둔 것은 아니다"라고 했다.

검사건수와 확진율 표에서 중국이 제외된 것은 "중국이 검사건수를 밝히지 않아 공식 수치를 구할 수 없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그 밖에 사안들은 코로나 상황이나 여론 등을 반영해 언제든지 현황판을 수정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청와대의 코로나 현황판 제작 취지로 다시 거슬러 올라가 보자. 혹시 '투명한 정보 공개'보다 '정부의 코로나 대응 능력 홍보'에 더 초점을 맞췄던 것은 아닐까. / 최지원 기자

 


 


Copyrights ⓒ TV조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제보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