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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현주 앵커가 고른 한마디] 떠미는 노블레스 오블리주

등록 2020.04.25 19:45

수정 2020.04.25 19:51

미소를 띤 고 김수환 추기경이 금붙이 하나를 내밉니다. 1998년 금 모으기 운동 당시, 김 추기경은 가진 것을 나누는 사랑으로 나라를 구하자며, 취임 때 받은 금 십자가부터 헌납했습니다.

故 김수환 추기경
"우리는 다시 하나가 되어야 합니다. 나라를 사랑하고 이웃을 존중하며 근검절약하는 우리 국민 정신을 되찾아야합니다"

류중일, 양준혁, 이승엽, 등 당시 내로라하는 스포츠 선수들은 땀의 산물인 메달도 내놨습니다. 어디 이 뿐이겠습니까. 신혼 부부는 결혼 예물, 젊은 부부는 아이의 돌 반지, 노부부는 효도 반지까지 가져왔습니다.

국민의 힘으로 국가 위기를 극복해냈다는 자부심이 된 '금 모으기 운동'이 요즘 여권에서 '자발적 기부'를 유도하는데 언급되고 있습니다.

조정식 /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 (23일)
"IMF 때도 '금 모으기'를 통해서 국민들께서 함께 협력하고 힘을 모았던 경험과 저력이 있거든요"

이인영 /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24일)
"자발적 기부운동을 전개해서 '예산을 절감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한다. '노블레스 오블리주' 이런 정신들을 발휘하기 시작하면.. "

총선 공약이었던 '재난 지원금 국민 100% 지급'은 지키면서 그 공은 고소득자에게 넘기는 모양새입니다.

'자발적 기부' '노블레스 오블리주'로 포장했지만 당사자들에겐 사실상 압박으로 느껴질수 있습니다 얼마 들어올 지 예측할 수 없는 기부를 통해 부족한 나라 곳간을 메우겠다는 발상이 안타깝습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걸 간과했습니다. 외환위기 당시 기부는 국민이 먼저 움직였습니다.

1997년 12월, 새마을부녀회의 '애국 가락지 모으기 운동'이 시초고 이후 방송국 캠페인, 민간 기업 참여로 확산됐습니다. 정부 주도가 아니었다는 겁니다.

이번 총선에서 여당이 내세운 슬로건은 '국민을 지킵니다' 였습니다. "국민을 지킵니다. 지킵니다!" 지금은 주체가 뒤바뀌어 "국민이 지켜주세요"가 된 건 아닌지, 묻고 싶습니다.

오늘 앵커가 고른 한마디는 '떠미는 노블레스 오블리주' 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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