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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후 Talk] 회계사회가 정의연 회계기관 추천을 거절했던 진짜 이유

등록 2020.05.28 13:35

수정 2020.05.28 13:35

[취재후 Talk] 회계사회가 정의연 회계기관 추천을 거절했던 진짜 이유

/ 연합뉴스

"예민한 사안이라 추천을 해야 할 지, 말아야 할 지…."

지난 20일 오후 5시 전까지 한국공인회계사회의 입장은 이랬다. 정의기억연대(이하 정의연)가 회계부실 의혹을 해소하겠다며 회계기관 추천을 요청해온 데 대한 반응이었다.

회계사회의 고민은 의외로 싱겁게 끝났다. 당일 퇴근시간 무렵이던 오후 5시부터 정의연과 그 전신인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를 상대로 검찰이 밤샘 압수수색에 돌입했기 때문이다.

이튿날 다시 출근한 회계사회는 정의연 측에 회계기관 추천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공문을 보냈다. 회계장부 등이 압수돼 회계감사 진행이 사실상 어렵게 됐다는 게 이유였다.

표면상 이유와 달리, 당시 회계사회 안팎에선 정의연 감사 요청을 거절해야 하는 다른 이유도 제기됐었다고 한다. 회계사회 내부 사정에 밝은 공인회계사 A씨는 "이렇게 크게 논란이 진행중인 상황에서 감사인 추천을 요청해온 전례는 없다"며 "이례적이다 보니 다들 부담스러워 했던 게 사실"이라고 했다. 다른 공인회계사 B씨는 "외부 회계감사를 다시 받고, 재공시한다는 것 자체가 정의연 논란에 면죄부를 줄 수 있다는 우려도 있었다"고 했다.

회계사들 사이에선 정의연이 받아야 하는 건 그저 주어진 덧셈, 뺄셈만 맞춰보는 감사(Audit)가 아니라, 의혹이 제기된 수입과 지출내역을 꼼꼼히 따져보는 '합의된 감사절차(AUP, agreed-upon procedure)'라는 지적도 나왔다.

엉터리 이월금에 '99명' '999명' 등 결산서류상 덧셈, 뺄셈 오류만 정정해 다시 올리는 정도의 장부 정리만으로는 해결될 일이 아니라는 설명이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를 위한 활동에 썼다는 돈이 실제 어디어디에 쓰였는지 영수증 하나하나 검증하는 방식의 '합의된 감사절차'를 밟아야 한다는 주장이다.

또 다른 공인회계사 C씨도 "삼성전자를 회계감사해 '적정' 의견이 나온다고 해서 1000원까지 깨끗하게 썼다고 말할 수 있는 건 아니다"며 "정의연과 함께 의혹이 불거진 대상과 범위를 특정해 진행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정의연 측은 28일 국고보조금 지출내역에 대한 추가 의혹이 불거지자 "국세청 공시오류 등에 대해 사과드린 바 있으며, 재공시를 위해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결산과 공시를 점검하고 있다"는 해명자료를 냈다.

정의연이 '전문가' 도움을 받아 작업중인 결산서류가 공인회계사 일각에서 우려한 면죄부성 재공시가 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 정동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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