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뉴스9

[신동욱 앵커의 시선] 코로나와 살아가기

등록 2020.08.24 21:51

수정 2020.08.24 22:11

늘 삐딱한 사내가, 매일 아침 똑같은 라디오 방송을 들으며 잠에서 깹니다.

"며칠째 같은 날이 되풀이되고 있어요…"

빼어난 로맨틱 코미디 '사랑의 블랙홀'은 일상의 소중함을 일깨웁니다. 사내는 마음 고쳐먹고 착하게 살다 마침내 새날을 맞습니다. 

"오늘이… 바로 내일이야!"

친구들과 떡볶이를 먹고, 거리를 돌아다니고, 노래방 백 점에 환호하고, 우정여행을 떠나고… 올해 초 어느 광고에서 꼽았던 소소한 일상의 행복입니다. 

"올해도 우린 겨우 이런 일로 행복합니다…"

시인은 "살다 살다 마스크 사려고 줄을 설 줄이야 몰랐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배운 것도 많습니다.

"모든 화는 입으로 들어온다기에, 쓸데없는 말 안 하고, 나를 아끼고 남을 존중하며, 마스크와 한철 보내고 나니까 내가 좀 커진 것 같다…"

시인처럼 마스크를 한철만 쓰면 새날이 올 줄 알았던 분이 많을 겁니다. 잃어버린 일상도 곧 되찾을 거라고 믿었을 겁니다. 그런데 이제 온전히 마스크를 벗을 수 있는 곳은 우리집 뿐입니다.

소소한 일상을 되찾기는커녕 모든 일상이 정지될 갈림길에 섰습니다.

"3단계로의 격상은 필수적인 사회적 경제적 활동을 제외한 모든 일상활동의 정지를 의미합니다…"

오늘 확진자 숫자가 조금 줄긴 했습니다만 이건 주말 검사 건수가 줄었기 때문이고 정부는 최악의 상황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며칠 사이에 확산세가 꺾이지 않으면 국민 경제 생활 전반에 치명적 고통이 예상되는 '거리두기 3단계 격상'이 불가피 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이제 곧 가을로 접어들면서 증상이 닮은 코로나와 독감의 대유행이 겹치는 '트윈데믹'을 걱정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습니다.

"코로나는 소멸되지 않고 인류와 영원히 함께할 것"이라는 예측도 나왔습니다. 

이 고난이 언제 끝날지 암울할 뿐이지만 우리에겐 3단계 조치보다 더 힘이 센 것이 하나 있습니다. 국민 모두의 철벽 자가 방역입니다.

감염이 오히려 새 일상이 돼버린 지금, 시민들 사이에 "집에 있자"는 무언의 약속이 번지고 있습니다.

지금 이순간 코로나 바이러스가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하나가 된 시민의식일 겁니다. 

"아프지 말거라. 그거면 됐다!" 

바로 이 엄마 마음같이, 소박하지만 소중한 소원이, 이 혼돈의 시대에 마지막 믿을 곳입니다.

8월 24일 앵커의 시선은 '코로나와 살아가기' 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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