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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후 Talk] "분신이라도 해야할까요?"…어느 헬스장 대표의 호소, 들어보셨나요?

등록 2021.01.04 16:12

수정 2021.01.04 18:00

■ "국회 앞에서 분신이라도 해야할까요?"

<거리로 나선 실내체육업계, 줄도산 위기에 생존 '안간힘'(1월 1일 뉴스9 보도)> 제목의 기사를 쓴 뒤 제가 받은 메일의 내용 가운데 일부분입니다. 가슴이 철렁했습니다. 실내체육시설이 운영하면 안 되는 합당한 이유를 알려달라며 제게 메일을 보냈습니다. 대책도 제시해달라면서요.

제가 취재를 간 헬스장은 모든 운동기구들이 한 점의 흠도 없이 깨끗했습니다. 단 하루도 운영을 못 했습니다. 지난해 12월 초 개업을 앞두고 영업금지 조치가 내려진 겁니다. 정부는 지난해 12월 8일부터 3주 간 수도권 실내체육시설에 대해 영업을 중지시켰고 이후 두 차례 더 연장해 오는 17일까지 이 조치가 유지됩니다. 한 번도 사용하지 못한 운동기구들을 바라보는 헬스장 대표의 눈빛이 잊히질 않습니다.

벼랑 끝 상황에 직면하자 단체 행동에 나서고 있습니다. 국회 앞에서 1인 릴레이 시위를 펼친데 이어 필라테스·피트니스 사업자 연맹은 국가를 상대로 7억 6500만원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냈습니다. 153개 업주가 참여했고 2차 소송도 준비중입니다. 집단소송을 맡고 있는 박주형 연맹 대표는 "소송에서 이기기 어렵다는 걸 알고 있다"면서 "그럼에도 목소리가 들리기 바라는 마음에 시작했다"고 했습니다.

■ "표가 적잖아요"

국회 앞 시위와 삭발식, 집단 소송까지 나선 이들의 목소리는 얼마나 닿았을까요? '정부나 정치권에서 연락이 온 적이 있냐' 물으니 다른 경로를 통해 서울시 측에서 한 번 접촉이 있었다고 합니다.(이후 정치권의 물밑 접촉이 있었으리라 믿습니다) 그러면서 '표' 이야기를 했습니다. 정치권을 움직일 목소리의 크기가 작은 게 아니고 목소리의 수가 적다는 뜻입니다.

앞서 메일을 보낸 사업주도 이런 내용을 덧붙였습니다. "경기도청, 복지부, 문체부에 연락하면 단체로 움직이라고만 말합니다." 작은 목소리에는 움직이지 않는다는 얘기일까요?

■ "절대 다수와 눈치보기"

실내체육업계가 가장 문제 삼는 부분은 '형평성'입니다. 식당 등 다른 업종처럼 제한적 영업을 허용해달라는 겁니다. 그런데 지난 3일, 형평성 논란에 불이 붙었습니다. 정부가 헬스장, 필라테스 등은 집합금지 조치를 유지하고 태권도, 발레 등 학원으로 등록된 체육시설에는 제한적 영업을 허용하기로 한 겁니다.

정부는 '돌봄 기능'을 고려한 결정이라고 했습니다.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 전략기획반장는 "현재 태권도 학원에 있어 일부 운영이 허용됨에 따라 실내체육시설 전반에서 이견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이 부분들은 돌봄에 있어 (학부모) 부담들이 너무 커지다 보니 학원들을 부분적으로 완화해 준 조치"라고 설명을 덧붙였습니다.

실제로 거리두기 발표를 앞두고 자녀를 둔 선후배들은 '태권도장은 어떻게 되냐' '학원은 재개하냐' 등의 질문을 담당 기자에게 자주 물었습니다. 아이들을 종일 돌봐야 하는 학부모들에겐 큰 관심사일 수 밖에 없습니다. 이에 대해 한 헬스장 대표는 "절대 다수를 위한 정책 아니냐"며 "실효성이 있는 정책인지, 눈치를 보는 정책을 하는 건지 의구심이 든다"라고 하소연했습니다. 여기에서 '절대 다수'는 '표의 수' '목소리의 수'이겠지요.

■ "밥그릇 챙기기로 보일까 걱정입니다"

제가 만난 헬스장 대표, 직원, 필라테스 센터 대표 등은 하나 같이 인터뷰 끝에 이 말을 했습니다. 모두가 힘든 상황에서 '우리 힘들다'고 말하는 게 조심스럽다는 겁니다.

어떤 정책이든 모두의 밥그릇을 만족시킬 수는 없습니다. 불만의 목소리를 최대한 줄일 수 있는 접점을 찾는 게 최선일 겁니다. 그런데 정책을 만드는 분들이 그 목소리를 얼마나 들으려고 노력했는지가 궁금합니다. 영하 10도를 넘나드는 날씨에 국회 앞에서 시위를 하고 있는 사람들의 말을 언론을 통해서가 아닌 직접 들어보려 했는지 말입니다. / 오현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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