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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후 Talk] "소설"이라는 여권발 대선 경선 연기론…왜?

등록 2021.02.16 14:43

더불어민주당 경선 일정 연기 가능성에 이재명 경기지사 측이 발끈하고 나섰다.

최근 이 지사를 공개 지지한 민주당 민형배 의원은 16일 SNS를 통해 "일부 언론의 소설 쓰기는 이재명에 대한 두려움을 커밍아웃하는 것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며 "힘 있다고 생각하는 몇몇 인사가 민주당을 좌지우지하지 못한다"고 강하게 반박했다.

앞서 일부 친문 의원과 언론에서는 민주당 대선 후보 최종 선출 일정을 현행 대선 180일 전보다 더 늦춰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것으로 알려졌다. 약 60일 정도 늦출 경우 최종 후보 확정은 올 9월에서 11월로 미뤄지게 된다.

■ '소설 쓰기' 맞나…연기설, 왜?

대선을 1년여 앞두고 현재까지 당내 유력 차기 주자가 없다는 점이 연기설이 촉발된 배경으로 꼽힌다. 이낙연 대표 선출 이후 당력을 총동원해 소위 '대표 빛내기'에 열을 올리고 있지만 노력만큼 지지율이 상승하지 못하고 있다. 대표 임기가 한 달여 밖에 남지 않았지만, 원외 인사인 이 지사 독주 체제를 깨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당 관계자는 지난해 당 대표 경선 이후 "이 대표 임기 동안 최대한 돕겠지만, 그럼에도 지지율 격차를 좁히지 못할 경우 다른 방안을 생각해 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지사를 민주당 후보로서 적자로 보지 않는 친문 주류 진영의 견제도 한몫한다는 말이 나온다. 친문 의원들은 지난해 말 '민주주의 4.0'이라는 싱크탱크를 만들고 물밑에서 차기 대선주자 띄우기에 역할을 해왔다. 일부 의원들은 노무현 정부 국정상황실장 출신인 이광재 의원 등을 자주 새해 부상할 대권 인사로 지목했다. 지난 당 대표 경선 전부터 "이낙연 이재명으로는 안 된다"는 친문 의원들의 인식을 토대로, 후보 경선을 미루고 적자 발굴에 시간을 더 쏟겠다는 의중 아니냐는 해석이다.

외연에 있는 잠재적 대권 주자들을 링 안으로 끌어들이기 위한 시간 벌기라는 분석도 있다. 여권에서는 올 초부터 "오는 3~4월이면 깃발을 들고 대선 가도에 등판할 인사들이 많다"는 말이 나돌았다. 정세균 국무총리와 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 최문순 강원도지사, 이광재 의원, 양승조 충남도시자, 이인영 통일부 장관 등이다. 한 여권 인사는 "운동권 그룹, 행정가 그룹, 친노 그룹 등으로 분류돼 다양한 그룹에서 대선 출마를 공식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들이 구심력을 갖고 본격적인 주자 반열에 오르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 이재명 측 '펄쩍'…이낙연 쪽은?

이 지사 측은 불쾌해 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이 지사에 대한 두려움의 커밍아웃"이라는 민형배 의원 말처럼, 몇 달째 독주 체제를 보이고 있는 이 지사를 당이 깔아뭉개려는 시도라는 것이다. "이 대표 측의 희망사항 아니냐"는 반응이 나올 정도다.

민주당 지도부도 공식적으로는 강력 부인하고 있다. 신영대 대변인은 14일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했고, 당 공식 입장문을 통해서도 "논의된 바도 검토된 바도 없다는 점을 분명히 밝힌다"고 알렸다. 당 관계자도 "당 쪼개질 일 있냐"며 부인했다.

다만 이 대표 측근들은 불가능을 거론하기 보다 "이 지사 측의 주장인 것으로 안다"며 화살을 돌리고 있다. 한 인사는 "누구한테 유리할지 불리할지는 아무도 모르는데, 이 지사 쪽에서 본인들에게 유리하다고 생각해서 하는 말 아니냐"고 했다.

■ 아예 실현 불가능할까?

연기설을 제기하는 측에선 예상치 못한 4월 재보궐 선거와 코로나19 바이러스 상황을 거론하고 있다. 민주당 당헌 88조에 "상당한 사유가 있는 때에는 당무위원회 의결로 달리 정할 수 있다"는 문구가 있는 만큼, 위와 같은 이유가 '상당한 사유'에 해당할 수 있다는 것이다.

지난 2012년 대선 당시 민주당이 안철수 후보의 입당을 추진하며 후보 확정일을 대선 80일 전으로 늦춘 전례도 있다. 외연 확장을 도모하는 차원에서의 연기가 아예 불가능한 것은 아닌 셈이다.

하지만 민주당은 "궐위 사유를 촉발할 경우 후보를 내지 않는다"는 기존 방침을 뒤집고 4월 재보궐 선거에 후보를 내기로 결정하는 과정에서 당헌당규를 개정한 바 있다. 내년 대선 역시 여러 명분을 들어 기존 규칙을 깨고 이변을 도모한다면, 상식과 공정·정의를 기치로 내걸었던 지난 대선 때 민주당의 명분을 스스로 무너뜨리는 것이란 지적에 직면할 수 있다. / 최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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