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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 "유산 상속 강제하는 유류분제도, 위헌·헌법불합치"

등록 2024.04.25 19:37

수정 2024.04.25 19:43

헌재 '유산 상속 강제하는 유류분제도, 위헌·헌법불합치'

이종석 헌법재판소장과 재판관들이 25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열린 민법 제1112조 등 유류분 제도에 대한 위헌법률심판 및 헌법소원 선고를 위해 자리하고 있다. /연합뉴스

패륜 행위를 한 가족에게도 의무적으로 일정 비율 이상의 유산(유류분)을 상속하도록 하는 현행 민법은 헌법에 어긋난다는 헌법재판소 판단이 나왔다.

이같은 유류분을 형제자매에게도 주도록 보장하는 것은 그 자체로 위헌이라고 결정했다.

헌재는 25일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유류분을 규정한 민법 1112조 1~3호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2025년 12월 31일까지만 효력을 인정하고 그때까지 국회가 법을 개정하지 않으면 효력을 잃는다.

형제자매의 유류분을 규정한 민법 1112조 4호는 위헌으로 즉시 효력을 잃었다.

특정인의 기여분을 인정하지 않는 민법 1118조에 대해서는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현행 민법은 자녀·배우자·부모·형제자매가 상속받을 수 있는 지분(법정상속분)을 정하고 있다.

피상속인이 사망하면서 유언을 남기지 않으면 이에 따라 배분한다.

유언이 있더라도 자녀·배우자는 법정상속분의 2분의 1을, 부모와 형제자매는 3분의 1을 보장받는데 이를 유류분이라고 한다.

특정 상속인이 유산을 독차지하지 못하도록 하고 남은 유족의 생존권을 보호하는 법적 장치로 1977년 도입됐다.

헌재는 우선 "가족의 역할은 오늘날에도 중요한 의미를 가지고 상속인들은 유류분을 통해 긴밀한 연대를 유지하고 있다"며 유류분 제도 자체는 정당하다고 봤다.

또 가족 구성원별로 상속 비율을 획일적으로 정한 부분도 합리적이라고 판단했다.

하지만 가족으로서 도리를 다하지 않는 구성원에게 유류분을 받을 권리를 빼앗는 보완제도를 두지 않은 것은 헌법에 어긋난다고 봤다.

헌재는 "피상속인을 장기간 유기하거나 정신적·신체적으로 학대하는 등 패륜적인 행위를 일삼은 상속인의 유류분을 인정하는 것은 일반 국민의 법 감정과 상식에 반한다"며 "유류분 상실 사유를 별도로 규정하지 아니한 것은 불합리하다"고 밝혔다.

다만 "위헌결정을 선고해 효력을 상실시키면 법적 혼란이나 공백이 발생할 우려가 있다"며 국회에 개정 시한을 부여했다.

이밖에 헌재는 공동상속인 중 상당한 기간 특별히 고인을 부양하거나 재산 형성에 기여한 사람(기여상속인)에게 고인이 증여한 재산을 유류분 배분의 예외로 인정하지 않는 민법 1118조 일부에 대해서도 헌법불합치로 결정했다.

유류분 제도는 1977년 도입된 뒤 한 차례의 개정도 없이 현재까지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2010년과 2013년 헌재 심판대에 올랐으나 모두 합헌 판단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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