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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수 항소심 '대선 개입 의도' 인정…파장은?

  • 등록: 2020.11.06 21:15

[앵커]
이번 김경수 지사 판결은 대선에 영향을 미치기 위한 댓글 조작이 법적으로 인정됐다는 중대성뿐만 아니라 차기주자로 거론되던 김 지사의 정치적 위상까지 감안하면 파장이 만만치 않을 듯합니다. 서주민 기자와 이번 판결의 의미와 파장을 좀 더 깊이 들어가보겠습니다. 서 기자, 일단 재판부가 여론조작에 대해 징역 2년의 실형을 선고한 건 대선에 영향을 미치려고 한 죄질을 무겁게 본 것이죠?

[기자]
그렇습니다. 법원은 양형 이유를 설명하면서 1심과 마찬가지로 "여론 왜곡"에 더해 "특정후보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여론을 유도할 목적으로 댓글 순위를 조작다는 점에서 그 위법성 정도가 더 무겁다"고 명시했습니다.

특히 김 지사가 문재인 당시 후보의 최측근이었고, 또 캠프 대변인도 맡았기 때문에 이번 판결이 정치적으로 의미하는 바 역시 가볍지 않습니다. 또 법원이 드루킹과 김 지사의 공모관계를 인정하면서 단순히 민간 외곽조직의 자발적 행위로만 치부할 수도 없게 됐습니다.

[앵커]
댓글 조작이 선거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는 공소사실이 아니기 때문에 법원이 판단하지는 않았지만, 이번 사건이 대선에 영향을 미치기 위한 것이라는 걸 법원이 적시한 것은 두고두고 논란이 있을 듯 해요.

[기자]
그렇습니다. 현 정부의 도덕성도 상처를 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경공모가 만든 자료엔 당시 안철수 후보의 지지율이 37%까지 올랐을 때 5일 동안 '안철수는 MB아바타'라는 대대적인 네거티브 공격을 했었다고 돼있었습니다. 오늘 판결이 나오자 안철수 대표의 국민의당은 김 지사가 안 대표에게 사과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앵커]
아직 대법원 판단이 남아 있기는 하지만, 오늘 판단이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는 뭔가요?

[기자]
대법원 상고심은 사실관계를 새로 판단하는 게 아니라 이전 재판에서 법리 해석이 제대로 됐는지를 따져보는 겁니다. 그런데 이번 항소심은 재판장이 차문호 판사에서 함상훈 판사로 교체되면서 1년 9개월이나 걸렸습니다.

부장판사가 바뀌면서 2심에서만 사실 관계에 대해 사실상 두차례에 걸쳐 "김 지사가 킹크랩 시연을 봤다"는 사실을 인정한 만큼 유죄 판단이 뒤집히긴 어렵다는 전망이 우세합니다. 우리법연구회 출신인 김민기 주심판사도 "킹크랩 시연을 봤다"는 부분에 이견을 달지 않았습니다.

[앵커]
이번 사건이 차기 대선에 미치는 파장도 만만치 않은데, 물론 본인이 직접 출마를 얘기한 적은 없지만 어쨌든 김 지사는 여권 특히 친문 진영에서 유력 차기주자로 거론돼 왔잖아요. 이번 판결로 대선 출마는 쉽지 않게 되는 건가요?

[기자]
물론 대법원 선고 일정을 예측할 수 없고, 법원 판단도 끝까지 예단할 수는 없긴 합니다. 하지만 대법원에서도 유죄가 그대로 인정되면 그 순간 지사직을 잃을 뿐만아니라 복역을 마친 뒤에도 5년간 피선거권이 제한됩니다. 김 지사의 정치적 행보에도 영향이 불가피하게 된 겁니다.

[앵커]
친문 내부에서 이번 판결에 상당히 당황하고 있다는 이야기도 들리는데, 그렇다면 민주당은 현재의 이낙연-이재명 양강 구도가 그대로 이어질 거라고 봐야할까요?

[기자]
네, 김 지사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마지막 비서관을 지낸 친문 적자로 평가됩니다. 김 지사가 무죄를 받았다면 친문 표심을 가져올 수 있는 다크 호스가 될 수 있었죠. 김 지사가 사실상 낙마하면서 당분간은 양강구도가 유지될 것으로 보이는데, 변수는 내년 재보궐 선거입니다.

[앵커]
서울·부산시장 선거 결과에 따라 구도가 흔들릴 수 있다는 건가요?

[기자]
그렇습니다. 이낙연 대표의 경우 엄밀히 말하면 친문은 아니지만 친문과 일종의 전략적 제휴를 맺은 상태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보궐 선거에서 민주당이 패배할 경우 이 대표 책임론이 불거질 수 있습니다. 이재명 지사와 갈등의 골이 깊은 친문 지지자들은 결국 이낙연 대표를 대체할 후보를 찾으려 할 겁니다. 여권에선 정세균 총리나 유시민 이사장 등이 그런 상황에서 부상할 가능성이 있는 후보군으로 꼽힙니다.

[앵커]
이래저래 파장이 만만치 않군요. 그런데, 여권에선 이번 사건이 추미애 장관의 자책골이라는 얘기도 나오는 것 같던데, 이건 왜 그런 겁니까?

[기자]
드루킹 사건 자체가 추미애 장관이 당 대표 시절, 수사를 의뢰하면서 시작됐기 때문입니다. 추 장관의 당시 발언, 들어보시죠.

추미애 / 2018년 1월
"대표적인 포털사이트인 네이버의 댓글은 인신공격과 욕설, 비하와 혐오의 난장판이 되어버렸습니다."

이렇게 시작된 경찰 수사로 댓글 조작 일당 3명을 붙잡았는데, 이 가운데 2명이 민주당 당원이었고 특히 이 중 1명이 김경수 지사와 연락을 주고받은 드루킹 김동원 씨였습니다.

[앵커]
자충수라고 해야할지, 아이러니라고 해야할지 모르겠네요. 서 기자,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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