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전체

[신동욱 앵커의 시선] 첫 단추는 누가 끼웠나

  • 등록: 2021.08.11 21:50

  • 수정: 2021.08.11 21:54

초능력을 얻은 스파이더맨이 맨 먼저 한 것이 거미줄 쏘는 연습입니다. 그렇듯 거미에게 가장 어렵고 중요한 일이 첫 줄을 거는 것입니다.

기초 줄을 잘 놓아야 그물도 튼튼히 칠 수 있기에 온 힘을 쏟아붓습니다. 바람을 타고 날려보내거나, 뒤꽁무니에서 포경선 작살포처럼 발사합니다. 허술하다 싶으면 미련 없이 거둬들이기를 거듭하며 가장 질긴 줄을 놓고야 맙니다.

시인은 단추를 끼우며 깨닫습니다. 세상이 결코 호락호락하지 않다는 걸.

"잘못 채운 첫 단추, 첫 연애, 첫 결혼, 첫 실패. 단추를 채워보니 알겠다. 옷 한 벌 입기도 힘들다는 걸" 괴테도 말했지요. "첫 단추를 잘못 끼우면 마지막 단추를 끼울 구멍이 없다"고… 옷 하나 제대로 입기도 힘든 게 사람 사는 일인데, 하물며 나랏일은 어떻겠습니까.

코로나가 걷잡을 수 없이 번지면서 하루 확진자가 처음으로 2천명을 돌파했습니다. 중대본은 "예전과는 다른 새로운 국면"이며 "확산 차단과 백신 접종률 높이기가 제대로 돼야 모든 것을 지켜낼 수 있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백신 접종 완료율은 OECD 꼴찌로 떨어졌고, 그나마 접종계획마저 백신 도입이 틀어지면서 누더기가 됐습니다. 짧고 굵게 끝내기는커녕 방역단계를 길고도 아주 굵게 강화해야 할 형편입니다. 돌아보면 애초에 백신 첫 단추를 엉뚱하게 끼운 것이 두고두고 화를 키우고 있는 겁니다.

그런데 작년 말 백신 확보 문제가 불거졌을 때, 대통령이 이미 여러 차례 아랫사람들을 질책했다고 한 걸 보면 책임자가 따로 있는 것 같기도 합니다. 게다가 대통령이 손수 나서 대거 확보했다고 홍보했던 모더나 백신이 지금 접종 차질의 주범입니다. 하지만 대통령은 아무 언급이 없고, 장관이 허리 굽혀 사과한 걸 보면 또, 책임자가 누군지 헷갈립니다.

호주 총리는 접종율이 OECD 꼴찌가 되자 국민에게 사과하면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백신 계획에 대한 책임도 내가 지며, 우리가 겪는 어려움에 대한 책임도 내가 집니다"

그래서 낚싯배 전복사고 때 묵념을 하며 사과했던 대통령을 떠올립니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에 관한 국가의 책임은 무한 책임이라고 여겨야 합니다"

8월 11일 앵커의 시선은 '첫 단추는 누가 끼웠나' 였습니다.

Copyrights ⓒ TV조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