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요즘 물가 문제가 심각하지요. 이유도 워낙 복합적이어서 정부로서는 딱 부러진 대책을 내놓기가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 며칠 전 추경호 경제부총리가 대기업의 과도한 임금 인상이 물가인상을 부추긴다며 자제를 요청했습니다. 노동계는 당연히 반발하고 있고요. 오늘은 이 문제를 따져 보겠습니다. 최원희 기자, 어려운 주제를 잡았군요. 추경호 경제부총리가 뭐라고 했습니까?
[기자]
네이버와 카카오 등 대기업을 중심으로 임금 인상이 잇따르자 나온 말이었죠.
추경호 /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지난달 28일)
"과도한 임금 상승은 고물가 상황을 심화시킬 뿐 아니라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임금 격차를 더욱 확대시키고…"
한덕수 국무총리도 "물가가 오르면 임금 인상 요구가 강해질거고 다시 인플레이션이 일어나는 악순환이 된다"고 했습니다. 물가 상승으로 임금을 올리면 기업이 늘어난 인건비를 물건 값에 반영하게 되고 이게 다시 임금 인상의 이유가 된단 얘기입니다.
[앵커]
그러나 월급쟁이들 입장에선 물가가 다락같이 오르는데 정부가 나서서 월급을 올리지 말라고 하는건 상당히 억울하게 들립니다.
[기자]
물가가 오르는데 월급이 그대로면 실질 소득은 줄어드는 거라, 임금 인상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습니다. OECD는 올해 우리나라 실질임금은 지난해보다 1.8% 감소할 걸로 전망했습니다. 5%가 넘는 물가 탓에 월급 가치가 떨어질 거란 뜻입니다.
김상봉 /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
"(임금) 계약은 1년 단위로 일어나고 물가는 매달 바뀌잖아요. 물가가 올라서 임금이 오른 거지 임금이 올라서 물가가 오른 게 아니거든요"
[앵커]
임금인상이 물가상승으로 이어진다는 실증적 사례가 조사된게 있긴 합니까?
[기자]
최근 미국 상황을 주시할 만합니다. 한 취업정보기관이 지난 2월 새 직장을 구한 노동자 2000여 명을 상대로 설문 조사를 했더니 64%가 전 직장보다 임금이 올랐다고 답했고 48%는 인상률이 11%가 넘었다고 답했습니다. 그리고 5월 소비자 물가 상승률은 8.6%로 41년 만에 최대 폭이었습니다. 팬데믹 이후 구인난에 시달리는 미국 기업들이 임금 인상을 유인책으로 쓰면서 물가 상승을 부추긴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습니다.
[앵커]
우리나라도 IT기업 중심으로 사람 구하기 어렵다는 얘기가 있고 실제로 네이버나 카카오가 월급을 많이올린 것도 그런 측면이 있긴 하지요?
[기자]
한국은행은 최근 펴낸 보고서에서 "노동시장 내 임금상승 압력이 최근 들어 높아지고 있고, 물가가 임금 상승을 부추기고 물가 추가 상승을 부추기는 악순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습니다. 남미의 경우, 90년대부터 이미 고물가와 임금 인상, 경기 부진이란 악순환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이 안 되려면 물가를 잡기 위한 노력과는 별개로 경제 주체간 이해 관계를 조금씩 조정하는 것도 필요해 보입니다.
김정식 /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
"일본 기업들은 제품 가격을 안 올리면서 이윤을 줄여서 흡수하는 방법을 쓰는 경우가 많습니다. 우리 기업들도 장기적으로 보고, 노동자들도 과도한 임금 인상을 좀 자제하고…."
[앵커]
좋습니다 추경호 부총리가 왜 그렇게 말했는지 이해는 됩니다. 하지만 이 문제만큼은 복합적인 요인을 고려하고 좀 신중할 필요가 있었겠다 싶군요.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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