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앞서 전해드렸듯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이번달 러시아를 방문해 푸틴 대통령과 무기 거래를 할 것이란 외신 보도가 나왔습니다. 관련해 국제부 최원희 기자와 함께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최기자, 지난 7월에 러시아 국방장관이 북한을 찾았잖아요. 이때가 북러 군사협력이 강화된 결정적 계기라고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기자]
네,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이 정전 협정 70주년을 맞아 지난 7월 말 평양을 찾았죠. 중국보다도 더 먼저 도착했었습니다. 쇼이구 장관이 방북한 건 1991년 소련 붕괴 이후 처음이었는데, 지금 벌어지는 우크라이나 전쟁을 지휘하고 있는 수장이라, 방북이 무기 거래와 관련이 있을 수밖에 없다는 관측이 제기됐습니다. 또 김정은 위원장이 무기 전시회에서 쇼이구 장관에게 대륙간탄도미사일과 신형 무인기를 직접 소개하기도 했었죠. 최근 백악관은 이 방북의 진짜 목적이 러시아가 북한에 포탄을 팔아달라고 설득하기 위한 것이었다고 밝혔고요. 이례적으로 김정은 위원장과 푸틴 대통령이 이후 친서를 주고 받았다는 첩보까지 공개했습니다. 백악관은 이런 정황들을 볼 때 북러 무기 협상이 활발히 진전 (actively advancing)되고 있다고 평가하면서, 러시아 관리들이 후속 협상을 위해 다시 평양에 갔다고도 전했습니다.
[앵커]
그동안 북러 무기 거래 정황은 여러 차례 알려졌었죠?
[기자]
네, 그동안 미국은 북러 무기거래 정황을 여러 차례 문제 삼으면서 거래를 차단하는 데 모든 수단을 동원해 왔습니다. 지난해 말 북한이 러시아 용병기업, 바그너 그룹에 전쟁에 쓰일 보병용 로켓과 미사일을 제공했다고 발표했습니다. 북한이 "황당무계한 모략"이라고 강하게 부인하자, 올 1월 작정하고 무기 수송을 위해 러시아 열차가 북한으로 가는 모습이 찍힌 위성 사진을 증거로 내놓기도 했고요. 또 올 3월엔 북한이 러시아에 탄약을 제공하고, 그 대가로 러시아로부터 식량을 받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특히 지난달 말 편지 교환 사실까지 공개한 건 중국이 무기 제공에 신중한 상황에서 대신 북한이 무기고로 부상한 것에 대한 위기감도 있었던 걸로 보입니다.
[앵커]
이제 김정은이 푸틴 대통령과 만날 경우 양측은 각각 무엇을 얻을 수 있을까요?
[기자]
뉴욕타임스는 "푸틴 대통령은 포탄과 대전차 미사일을 원하고, 김정은 위원장은 인공위성 및 핵추진 잠수함과 관련한 첨단 기술과 식량 지원을 원한다"고 보도했습니다. 서방 전체와 대치하고 있는 러시아로선 전쟁 장기화로 무기 부족을 겪고 있기 때문에 전쟁에 쓸 포탄이 시급한 상황입니다. 미 백악관은 이 같은 상황이 "러시아의 절망과 나약함이 반영됐다"라고 말한 바 있고요. 북한은 핵미사일 고도화에 도움이 될 첨단 기술을 원할 가능성이 높아서, 우려가 큽니다. 또 미국 달러나 중국 위안화 등 현찰을 요구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미국과 서방 사회는 북러 무기 거래는 유엔 안보리 결의를 직접적으로 위반한다고 경고하고 있지만, 러시아가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상황에서 실효적인 제재 수단은 마땅치 않습니다.
[앵커]
우크라이나 전쟁도 짚어봐야할 것 같은데요 어떻게 전망하세요?
[기자]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신냉전 구도가 심화하면서 북러 관계는 지속해서 개선돼 왔던 게 사실입니다. 오는 9일 북한은 정권수립일에 맞춰 대규모 열병식을 예고했고, 다음달엔 푸틴의 방중도 예정돼 있습니다. 이달 북러 회담과 더불어, 올 가을 북중러 진영의 맞대응이 본격 시작된다고 볼 수도 있습니다. 현재 우크라이나의 대반격이 더딘 상황인데, 대러시아 봉쇄망에서 북한이라는 구멍까지 계속 커진다면, 전쟁이 더 장기화할 가능성이 있고요. 더불어 북한이 러시아를 통해 군사 능력을 신장한다면, 전 세계가 더 큰 장기적인 위험에 빠질 수 있단 우려도 나오고 있습니다.
[앵커]
최 기자, 잘 들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