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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의 해부] 9명 목숨 앗아간 '참사'…운전자는 역주행인지 몰랐다?

등록 2024.07.05 08:17

수정 2024.07.05 09:02

[앵커]
매주 금요일, 이번 한 주 사회적 파장을 일으킨 사건·사고 소식을 심도있게 짚어보는 사건의 해부 시간입니다. 사회부 사건데스크 최석호 차장 나왔습니다. 최 차장, 역주행 참사 얘기를 좀더 해봐야 될 거 같은데, 주제는 뭡니까?

[기자]
공포의 역주행, 브레이크는 밟았다? 입니다. 서울 도심 한복판에서 일방통행로를 역주행하던 차량이 인도를 덮쳤습니다. 무고한 시민 9명이 세상을 떠났고, 희생자들의 애끓는 사연이 알려지면서 아픔을 더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사고원인은 명확히 밝혀진 게 없습니다.

[앵커]
정말 '한밤중 날벼락'이란 말밖에는 생각이 안 납니다. 어떻게 된 일입니까?

[기자]
사고가 발생한 건 월요일이던 지난 1일 밤 9시 26분입니다. 퇴근 후 직장인들이 많이 찾는 서울시청 인근이었습니다. 당시 영상을 보면 시민들이 식당과 편의점 앞 인도에서 이야기를 나누는데, 순간, 검은색 승용차가 가드레일을 부수고 인도를 덮칩니다. 오토바이와 박스가 나뒹굴고, 잠시 후 일대는 아수라장이 됐습니다.

[앵커]
인명피해도 컸잖아요.

[기자]
30에서 50대 직장인 9명이 숨지고, 운전자를 포함한 7명이 다쳤습니다. 사고 차량이 엄청난 속도로 인도를 덮쳤기 때문인데, 목격자는 신음소리조차 없었다고 말했습니다.

목격자 (지난 1일)
"이건 아수라장이야. 이런 전쟁도 없었어. 사방에 다치신 분들이 쓰러져가지고. 신음도 없었어. (어떻게) 해볼 수가 없는 상황이야."

운전자인 68살 차모 씨는 인근 호텔에서 열린 처남의 칠순잔치에 참석했다 나오는 길에 편도 4차로 일방통행길로 역주행을 시작했고, 가속이 붙은 상태에서 사고를 냈습니다. 역주행 거리는 200m, 사고를 낸 뒤에도 100m 가까이 더 가서야 멈춰섰습니다.

[앵커]
역주행을 했으면 맞은편에서 차들이 올텐데, 브레이크는 안 밟았던 거예요?

[기자]
이게 핵심입니다. 어제 경찰이 차씨가 입원해 있는 서울대병원을 찾아 첫 조사를 했습니다. 차씨는 운전면허를 딴지 50년이 된 현직 버스기사입니다. 사고 직후 줄곧 '급발진'을 주장했는데, 어제 경찰조사에서도 "브레이크를 밟았지만, 딱딱했다"면서 차량 결함에 의한 사고를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하지만 경찰의 판단은 다릅니다. 사고차량은 호텔 지하주차장을 나오면서부터 가속을 시작했고, 역주행길에 진입해서는 속도를 더 높인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블랙박스엔 "아" 하는 소리와 함께 "왜 이렇게 빨리 가냐"는 차씨 아내의 음성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는데, 경찰이 사고 자료를 분석해 보니, 역주행 내내 브레이크등은 들어오지 않았던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앵커]
그렇다면 200m를 역주행하는 동안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를 밝혀야겠네요?

[기자]
그렇습니다. 경찰은 차씨가 실수로 브레이크 대신 가속페달을 밟았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습니다. 그리고 또 하나. 길을 잘못 들었다가 역주행하고 있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고, 그 길을 빨리 빠져나오기 위해서 급가속했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습니다. 저희가 사고 차량이 호텔 출구를 나와서 역주행길로 접어드는 영상을 확보했는데, 전문가는 호텔에서 나올 때의 속도와 사고 당시 속도엔 시속 50km 이상 차이가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류종익 / 한국교통사고조사학회 사무총장
"호텔 앞의 교차로에서는 한 (시속) 52km 정도로 산출이 됐고 건물 CCTV에서 통과하는 속도를 해봤더니 (시속) 103km 정도가 산출이 됐습니다. 가속도가 지금 0.28, 0.3 정도 나오는데 이 정도면 가속 페달을 계속해서 밟고 있어야 돼요."

역주행로를 달리면서 브레이크가 아닌 가속페달을 계속 밟았을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입니다.

[앵커]
희생자들의 사연이 알려지면서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어요?

[기자]
네. 어제 희생자 9명의 발인이 엄수됐습니다. 서울시 공무원 2명도 참사로 희생됐는데, 9급 공무원으로 시작해서 5급까지 승진한 김모 사무관의 영정이 서울시청을 순회할 땐 동료 100여 명이 도열해서 고인의 마지막 길을 배웅했습니다. 참사 당일 김 사무관은 이달의 우수팀상과 협업상, 2개의 상을 동시에 수상했는데, 열심히 살았던 만큼, 유족들의 슬픔도 컸습니다.

서울시 김모 사무관 형
"상을 받았다는 것 자체는 열심히 했다는 증거인데 사고를 안 당했으면 그것도 저한테 저녁에 전화해서 자랑을 했을 건데 해서 그것도 못하고 떠났구나…"

당일 인사에서 부지점장으로 승진한 동료를 축하하기 위해 모였던 은행 직원 4명과 서울의 한 대형병원 파견 직원 3명도 목숨을 잃었습니다. 이들 모두 누군가의 아들이자 누군가에게는 소중한 가장이었습니다. 경찰은 사고원인을 밝힐 결정적 단서인 차량 블랙박스와 사고기록장치를 국립과학수사연구원으로 보내서 정밀감정을 진행 중입니다.

[앵커]
하루 아침에 가족을 잃은 유족들은 얼마나 애통하겠습니까. 사고 원인이 빨리, 그리고 제대로 규명돼야겠습니다. 최 차장,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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