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제주항공 여객기는 랜딩기어 바퀴도 내려오지 않은 채 몸통으로 착륙하는 동체 착륙을 시도했죠. 활주로 끝단에 이를 때까지 속도를 줄이지 못하면서 외벽에 부딪혔고, 순식간에 불길에 휩싸였는데, 이번 사고를 둘러싼 의문점들을 김자민 기자와 정리해보겠습니다. 김 기자, 2013년 미국 샌프란시스코 공항에서 발생한 아시아나항공기 착륙 사고 현장 취재를 했었죠. 당시 사고 여객기는 착륙 바퀴가 내려왔던 걸로 아는데 왜 이번엔 착륙 바퀴가 안 내려왔을까요?
[기자]
항공기는 착륙할 때 동체 뒤편에 있는 2개의 랜딩기어와 조종석 아래에 있는 노즈기어가 모두 펼쳐져야 합니다. 2013년 사고가 난 아시아나항공기는 랜딩기어를 내리고 착륙을 시도하다가 랜딩기어가 활주로 앞 방파제 부분에 부딪히면서 기체 꼬리 부분이 떨어져나간 사고입니다. 그런데 이번 제주항공 여객기는 새와 부딪히면서 엔진이 고장난 것으로 추정됩니다. 일부 전문가들은 핵심 부품인 엔진에 문제가 생겼을 때 전력 공급이 제한되는 등 항공기 여러 기능이 연쇄적으로 마비될 수도 있다는 설명을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어제 국토부는 통상적으로 엔진 고장과 랜딩기어 고장은 상호 연동되는 관계가 없다고 밝혔는데요. 정밀한 조사가 필요한 부분입니다.
[앵커]
그런데 착륙 바퀴는 조종사가 수동으로도 내릴 수 있잖아요. 왜 수동으로 내리지 못했을까요?
[기자]
부기장 조종석 뒤에 수동으로 랜딩기어를 내릴 수 있는 레버가 있습니다. 기장이 수동 작동 지시를 내리면 부기장이 수동 레버를 당기고 보통 30초 안에 랜딩 기어가 중력에 의해 저절로 내려온다고 하는데요. 통상 랜딩기어는 2500피트에서 내리고 1000피트 이하까지 랜딩기어가 내려오지 않으면 조종석에 경고음이 울립니다. 아마 사고 여객기 조종석에서도 경고음이 울렸을텐데, 조종사가 수동 작동을 시도할 새도 없는 긴박한 상황이 아니었냐는 추정이 나옵니다.
[질문]
무안공항 인근에 바다도 있고 잔디밭도 있는데 왜 딱딱한 활주로로 동체 착륙을 시도했을까요?
[기자]
일각에선 영화의 한 장면처럼 해상 착륙을 시도하는 게 낫지 않았겠냐란 지적이 나오는데 전문가들은 해상 착륙이 더 어렵고 위험할 수 있다고 얘기합니다. 바다 위는 일반인 예상과 달리 추락시 돌덩이에 부딪히는 것과 같은 충격을 받고요. 이 때문에 항공기 동체가 심각한 손상을 입고 빠르게 침수될 수 있는 만큼 대피 시간도 제한적입니다. 생존자를 구하는 것 역시 더 어렵습니다. 활주로 옆 잔디밭 역시 새를 쫓는 구조물과 각종 간판이 있어서 오히려 위험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앵커]
사고 여객기가 활주로 끝이 아니라 중간 부분에 착륙했고, 그 때문에 속도도 줄이지 못한 채 달리다가 외벽에 부딪혔잖아요. 착륙 후 왜 속도가 줄지 않았을까요?
[기자]
항공기는 크게 랜딩기어, 스피드 브레이크, 엔진 역추진, 이렇게 3가지 브레이크가 있습니다. 스피드 브레이크는 날개의 일부분이 접혀서 세워지는 과정에서 공기 저항을 만들어 감속 역할을 하는 건데 착륙 바퀴가 땅에 닿으면 자동으로 활성화됩니다. 사고 여객기는 랜딩기어가 안 내려왔기 때문에 조종사가 스피드 브레이크를 수동으로 작동시켰어야 하는데 그 과정이 있었는지 조사가 필요하고요. 엔지 역추진은 엔진이 새와 부딪혀 고장난 상태였기 때문에 엔진 역추진이 가능하지 않았을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입니다. 또한 사고 비행기가 활주로 중간이 아니라 끝부분부터 동체착륙을 시도했더라면 속도를 더 줄일 수 있었을 거란 분석도 나옵니다. 동체가 지면과 더 오래 마찰할 수 있기 때문인데요, . 기장이 이를 몰랐을 리 없는데, 그만큼 당시 기체 통제 상황이 긴박했을 가능성이 제기됩니다.
[앵커]
화재진압이 신속히 이뤄지지 않았다, 활주로 위에 화재를 막을 수 있는 장비가 준비돼 있지 않았다, 이런 지적도 나오는데요?
[기자]
동체 착륙 등 급박한 상황이 되면 공항은 감속을 목적으로 활주로 바닥에 비누 거품같은 물질을 뿌립니다. 또 관제탑과 소통이 됐다면 소방차가 항공기 착륙과 함께 옆에서 달리며 화재 진압을 바로 할 수 있었을텐데 이번 사고에서는 이런 사전 조치가 없었습니다. 사실상 그런 조치를 할 시간적 여유조차 없이 순식간에 사고가 벌어졌다고 볼 수 있습니다. 2013년 사고가 난 아시아나항공기는 활주로에 미끄러지며 불이 나긴 했지만 이번 사고 여객기와 같이 큰 폭발이 없었고 화재 3분 만에 소방차가 도착해 진화에 나서면서 사상자를 줄일 수 있었습니다.
[앵커]
김자민 기자 잘 들었습니다.
사회뉴스퍼레이드
[이슈분석] 왜 활주로 중간에 내렸나…남는 의문점들
등록 2024.12.30 08:18
수정 2024.12.30 0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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