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의욕만 있다고 세상일이 다 이뤄지는 건 아닙니다. 우여곡절 끝에 출범했다 다루는 사건마다 논란이 그치지 않았던 고위공직자수사처가 또 한번 불명예를 안았습니다. 헌정 사상 처음으로 현직 대통령에 대해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기세를 올리는듯하더니, 경호처의 벽에 부딪히자 이제 잡아오는 건 경찰이 하라고 떠밀다가 망신만 당했습니다. 세상에 없던 일을 하려면 면밀하게 여러 가지를 다 살펴봤어야 했는데, 아마추어리즘의 극치를 보여준 듯 합니다.

이래서야 민주당이 혼신의 힘을 쏟아 부어 만든 목표를 제대로 달성할 수 있을까 싶은데, 어떤 일이 벌어졌던건지, 먼저 안혜리 기자가 보도합니다.
 

 

[리포트]
지난 3일 5시간 반 만에 윤석열 대통령 체포 영장 집행에 실패하자, 공수처는 "경호가 지속되는 한 영장 집행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백기를 들었습니다.

이후 주말 이틀을 그냥 보낸 공수처는 의외의 결정을 내렸습니다.

체포 영장 집행을 경찰에게 맡기겠다며 경찰에 공문을 보낸 겁니다.

그러면서도 윤 대통령을 체포하면 수사는 계속 공수처가 하겠다고 통보했습니다.

기한 내에 꼭 체포하겠다던 공수처가 첫 영장 집행 때 경호처의 강한 저항을 받자 한계를 절감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오동운 / 공수처장 (지난 1일)
"공조수사본부 차원에서 협의를 하고 있고 기한 내에 저희들이 집행할 것입니다."

공수처 관계자는 "영장 집행 전문성과 현장 지휘 체계 통일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판단"이라고 밝혔습니다.

또 "저희 인력이 영장 집행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으로 본다"며 수사 역량의 한계도 자인했습니다.

공수처는 경찰이 법적 결함을 이유로 집행권 일임을 거부하자, 반나절 만에 입장을 철회했습니다.

오늘 자정으로 첫 영장 유효기간이 끝나는 상황이 되자, 공수처는 서울서부지방법원에 윤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을 재청구했습니다.

TV조선 안혜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