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폭동과 약탈이 이어지는 가운데, 3천명이 넘는 우리 교민들의 피해도 커지고 있다.
당장 하루하루가 비상이다.
피해 복구는커녕, 생필품 구하기도 어려워서다.
손춘권 남아공 한인 회장은 TV조선과의 통화에서 "(삼성과 LG 공장이 있는) 더반 지역은 총격전까지 벌어져 외출 자체가 어려운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 지역은 식료품점이 전부 털려 당장 빵과 우유를 구하기도 어려울 정도라고 한다.
주유소도 사재기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전소영 한인회 수석부회장은 "정유회사에서 당분간 공급을 중지한다는 공문도 내려왔다고 한다"고 전했다.
피해가 그나마 적은 프리토리아 지역의 쇼핑몰도 몇 달 동안 문을 닫게 됐을 정도다.
시내에서 장사를 하는 자영업자들은 폭동 조짐이 있더라도 대비하기 어렵다고 입을 모은다.
가게 셔터를 내리더라도 이를 파손한 뒤 약탈해간다는 것이다.
경비업체도 속수무책이다.
한 교민은 "경비들도 다 도망간다. 수많은 군중들이 몰려오니 어찌할 방법이 없다"고 전했다.
공권력에 기댈 수도 없다.
경찰보다 시위대 숫자가 많은 데다, 사실상 '무정부 상태'가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손 회장은 "(시위대가) 밀고 들어오면 통제가 안 된다. 경찰들도 지켜보는 입장이고 공권력이 완전히 와해돼버렸다"고 말했다.
시릴 라마포사 남아공 대통령은 12일 군인과 경찰 병력을 시위가 벌어지는 주요 도심마다 배치한다고 발표했다.
그래도 안심은 되지 않는다.
한인회 관계자는 "무법천지인 시내에 군대가 투입이 됐다고 하는데 군인이 거의 안 보인다고 한다. 관공서 건물 같은 곳에서나 보인다"고 전했다.
현지 한국 대사관도 분주하다. 직원 중 확진자가 나와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한인회와 수시로 연락하며 대책을 논의하고 있다.
교민들은 '외출 자제령' 이후 화상으로 대책을 논의하고 있지만, 언제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을지 까마득하다.
재산 피해가 이미 '엎질러진 물'이라면, 코로나19 바이러스는 화약고나 다름없다.
손 회장은 "군중들이 마스크도 안 쓰고 막 돌아다녀 사태 이후 확진자가 급증할까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7월 들어 남아공의 하루 확진자는 2만 명 안팎에 이른다.
하지만 한 차례라도 백신을 맞은 비율은 6.4%에 불과하다.
오늘(14일) 오전 남아공 요하네스버그와 프리토리아 기온은 영하로 내려갔다.
현지 매체들은 기온이 내려가면서 폭도들의 움직임 둔화됐다고는 보도했지만, 날이 밝으면 다시 약탈을 시작할 수 있다.
전 부회장은 "(폭풍이) 잘 지나가길 바랄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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