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전통적으로 대통령의 삼일절 기념사는 과거와 미래 어느 쪽에 방점을 찍느냐에 따라 내용이 크게 변해 왔습니다. 그런 점에서 보면 오늘 윤 대통령의 기념사는 미래를 강조한 걸로 볼 수 있는데 가장 큰 현안이라고 할 수 있는 강제징용 피해 배상 문제는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그 배경이 뭐였을까, 궁금하시지요. 홍혜영 기자와 따져 보겠습니다. 홍 기자, 일단 법적으로는 어디까지 와 있습니까?
[기자]
네, 지난달 강제징용 피해자들이 니시마츠건설을 상대로 낸 소송 2심 판결이 나왔는데요, 재판부는 '청구할 권리'는 있지만 배상을 '청구할 시효'가 이미 지났다고 판단했습니다. 앞서 2021년 또다른 징용 피해자 가족이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도 재판부는 같은 이유로 원고 패소 판결했습니다. 하지만 2018년 광주고등법원은 다른 기준을 적용해 피해자의 손을 들어주기도 했습니다.
[앵커]
내용은 비슷한 사건인데 다른 판결이 나온 이유는 뭐였습니까?
[기자]
손해배상 청구권은 피해를 안 날로부터 3년이 지나면 소멸되는데요, 이 기준을 2012년으로 볼 거냐, 2018년으로 보느냐가 쟁점입니다. 2012년은 대법원이 미쓰비시 배상 재판을 다시 하라고 돌려보냈던 시점이고, 2018년은 피해자들이 최종 승소한 해입니다. 광주고법은 2018년 10월을 기준으로 삼아 배상 판결을 내렸고 니시마츠 사건 맡은 재판부는 2012년을 기준으로 계산해 원고 패소 판결을 한 겁니다. 이렇게 판결을 기다리는 소송이 60여 건입니다.
[앵커]
이 문제는 결국 정무적으로 그리고 외교적으로 해결할 수밖에 없을 텐데 정부와 피해자 측 간의 대화는 이뤄지고 있습니까?
네, 정부가 제안한 배상안은 제3자인 재단이 기업의 기부를 받아 배상금을 지급하는 거였는데요, 일본 기업 참여는 빠져 있어서 피해자 측의 반발이 컸습니다. 어제 박진 외교부 장관이 피해자와 유족들을 만났는데요, "일본 측의 참여를 이끌어내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피해자 측 반응은 다양했는데, 하지만 공통된 의견은 배상 방식보다는 일본의 사과가 필요하다는 것이었습니다.
양금덕 / 강제징용 피해자 (제104주년 3·1 범국민대회)
"아무리 굶어죽어도 안 받을랍니다. 사죄 받고 반드시 옳고 그른 일을 분명히 우리나라에 말을 하고 제대로 된 돈을 주면 어쩔랑가 모르지만…."
[앵커]
그러니까 피해자 측에서는 돈이 문제가 아니라 일본기업이 저지른 범죄니까 일본의 사과와 일본 기업의 배상이 필요하다는 거군요. 일본 정부는 뭐라고 합니까?
[기자]
네, 박진 장관이 일본기업의 배상 참여를 일본 정부에 요구하겠다고 한 것에 대해 일본 관방장관은 "한국 측 발언 하나하나에 언급은 안 하겠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도 양국 간 물밑에서 협상이 진행 중이란 점을 강조했습니다.
마쓰노 히로카즈 / 일본 관방장관
"지난해 11월 한일정상회담에서 양국 정상은 한일 간 현안을 빠른 시일 안에 해결하기로 다시 한 번 뜻을 모았고 외교당국 간 의사 소통을 계속 하고 있습니다."
오늘 윤 대통령의 연설도 이런 협상 막판 분위기를 반영한 거란 해석이 나오는데요. 전문가들은 충분한 물밑작업을 통해서 받을 건 받아내는 협상력이 필요한 때라고 지적합니다.
강철구 / 배재대학교 일본학과 교수
"'일본도 저런 소리 할 수 있어, 그렇지만 우리도 충분히 목소리를 낼 수 있어' 이런 시그널을 서로 간에 보여줄 수 있는, 그냥 일본에게 끌려가는 정치적 리더십보다는 국민들과 충분히 좀 커뮤니케이션을 갖고…"
[앵커]
대통령이 언급을 피한 이유가 어느 정도 이해가 되는군요. 협상판이 살얼음판인데 조심하는 게 좋다, 그 정도로 이해를 하겠습니다. 홍 기자,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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