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입법부의 충돌이 결국 대법원장 공백 사태를 불렀습니다. 35년만에 일어난 일이라고 하니까 누구의 잘못이든 보통일은 아니지요. 야당이 힘자랑을 제대로 하긴 했습니다만 정말 잘 한건지는 좀 두고 봐야 할 겁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이런 사태가 벌어졌는지 민주당의 계산은 무엇인지 김하림 기자에게 물어보겠습니다. 김 기자, 일단 표면적으로 민주당이 반대한 가장 큰 이유는 뭐지요?
[기자]
비상장 주식 미신고와 아들의 로펌 인턴 특혜 의혹을 가장 큰 이유로 꼽았습니다. 도덕성이 문제라는 겁니다. 이재명 대표 체포동의안과 달리 이번엔 이탈표가 거의 없었던 것도 야당 의원들 사이에 도덕성이 우려되는 대법원장은 안된다는 공감대가 형성된 측면도 있습니다. 부결표를 던질 명분이 생긴 겁니다.
[앵커]
하지만 대통령실과 여당의 반응은 전혀 다르지 않습니까? 그야말로 명분을 그렇게 찾았다는 거지요?
[기자]
맞습니다 대통령실과 여당이 거대 야당의 폭정, 국민의 권리를 인질로 잡은 정치투쟁이라며 격한 반응을 보인 것도 그 때문입니다. 실제로 문재인 정부 때 임명됐던 김명수 전 대법원장의 경우에도 아파트 다운계약서 작성과 자녀의 군복무 중 판사연수 특혜 의혹이 있었습니다. 다른 대법원장들 역시 여러 논란이 있었지만 삼권분립의 한 축인 사법부 수장의 임명을 무산시키는 건 정치적 부담이 적지 않기 때문에 실제 표결에선 야당도 대체로 가결표를 던졌습니다.
[앵커]
그 부담에도 불구하고 민주당이 당론으로 부결을 강행한 이유는 뭐라고 봐야합니까?
[기자]
먼저 민주당 내부 상황과 무관치 않아보입니다. 이재명 대표 체포동의안 가결 사태 이후 친명계 원내지도부가 들어서면서 연일 선명성을 강조하고 있죠. 특히 친명계가 '가결파 색출'에 나서는 상황에서 당론으로까지 정한 '부결'과 다른 표를 던지긴 쉽지 않았을 겁니다. 여권에선 이재명 대표의 '사법리스크'와 연관지어 보는 시각이 많습니다.
[앵커]
대법원장과 이재명 사법리스크가 무슨 연관이 있습니까?
[기자]
내년 2월엔 법원 정기인사가 있습니다. 오늘 부결로 다른 후보자 검증과 인사청문회 등의 일정을 감안하면 한두 달 이상은 대법원장 공백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입니다. 만약 내년까지 공석 사태가 이어지면 민변 회장 출신인 김선수 대법관이 대법원장 권한대행을 맡아 법관 인사 판을 짤 수 있는 상황이 되는 겁니다. 각종 의혹으로 기소된 이재명 대표 재판에 영향을 주려는 아니냐고 여권이 의심하는 이유입니다.
[앵커]
그게 사실이라면 그건 더 큰 문제군요? 실제로 가능한 얘깁니까?
[기자]
이 대표 재판이 아직 1심 단계기 때문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긴 어려울 걸로 보입니다. 다만 이 대표로선 다음 대선 전에 대법원 확정 판결이 나올지가 중요한데, 재판 지연 등에 영향을 줄 가능성은 있다는 게 법조계의 시각입니다.
[앵커]
여권이 빨리 새로운 후보자를 지명해서 공백 기간을 줄일수도 있지 않겠습니다.
[기자]
그것도 첩첩산중입니다. 비교적 중도 성향으로 평가받던 이균용 후보자가 부결된 상황에서 새 후보자에 대해선 민주당이 또 어떤 입장을 취할지가 우선 관건이고요. 게다가 야당이 강행처리를 예고한 노조법과 방송 3법 등이 본회의에서 통과될 경우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미 수많은 악재가 쌓인 상황에서 앞으로 터질 뇌관 역시 적지 않다는 게 문제입니다.
[앵커]
이해합니다만 대법원장 공백 사태를 방치한다면 야당에게도 언젠가는 큰 부담이 되긴 하겠지요?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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