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박했던 서부지법…"영장판사실 의도적 훼손·폭력"
등록: 2025.01.20 13:19
수정: 2025.01.20 13:21
지난 19일 오전 윤석열 대통령 지지자들의 서울서부지법 난입 당시 긴박했던 상황을 담은 법원 내부 보고서가 공개됐다.
20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서영교 의원이 입수한 보고서에는 대법원 산하 법원행정처가 시간대별로 파악한 정황이 상세히 담겼다.
19일 새벽 차은경 부장판사는 영장 발부 결정 직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영장 실물과 수사 기록을 넘기도록 직원에게 지시하고 퇴근했다.
오전 2시 53분쯤 공수처가 영장 실물과 기록을 수령했고 2시 59분쯤 영장 발부 사실이 언론에 공지됐다.
이후 영장 발부 소식을 접한 지지자들이 극도로 흥분해 3시 7분쯤 경찰 저지선을 뚫고 법원 경내에 침입했다.
3시 21분쯤 경찰로부터 빼앗은 방패 등으로 유리창을 깨며 건물 내부로 진입했다.
지지자들은 법원 내부 집기를 부수고 영장을 발부한 판사를 찾아다녔다.
천대엽 법원행정처장(대법관)은 이날 국회 법사위 현안질의에서 "7층 판사실 중 유독 영장판사 방만 의도적으로 파손되고 그 안에 들어간 흔적이 있었다"고 말했다.
다만 차 부장판사의 사무실은 영장판사와 다른 층에 있어 지지자들이 침입하지 못한 것으로 파악됐다.
지지자들이 난입하자 법원 직원들은 10여 명이 1층에서 음료수 자판기 등으로 문을 막고 대응했으나 곧 현관이 뚫리자 옥상으로 대피했다.
이 과정에서 일부 방화벽을 작동시켰다.
24~25명의 직원이 옥상 출입문을 의자로 막고 1시간가량 대기했다.
경찰은 오전 3시 32분쯤 법원 내부로 진입해 지지자들을 진압하고 현행범으로 체포하기 시작했다.
직원들은 청사에서 시위대가 물러나자 2차 침입을 대비해 전력을 차단할 수 있는 지하 2층 설비실로 이동했다.
법원 내부는 오전 5시 15분쯤 모두 정리된 것으로 파악됐지만 일부 시위대는 오전 7시 28분쯤까지 청사 외부에서 경찰과 대치했다.
극렬 지지자들의 파괴 행위로 다친 서부지법 관계자는 없었다.
다만 당시 상황을 겪은 야간 당직 직원들의 정신적 트라우마가 큰 상황으로 법원행정처는 파악했다.
법원행정처가 추산한 물적 피해는 약 6억~7억 원 규모다.
외벽 마감재와 유리창, 셔터, CCTV 저장장치, 출입통제 시스템, 책상 등 집기, 조형 미술작품이 파손됐다.
서울서부지법은 약 50명을 투입해 전날 법원 내부와 외부를 청소·정리했고 20일에는 업무를 정상적으로 개시했다.
다만 출입 통제를 한층 강화했다.
외부인은 사건번호와 방문목적이 확인돼야 출입할 수 있도록 했다.
일반 민원 상담 업무는 24일까지 열지 않기로 했다.
대법원은 서부지법 난동에 관한 대책 등을 논의하기 위해 이날 긴급 대법관 회의를 소집했다.
천 처장은 '지지자들에게 손해배상 청구를 할 것이냐'는 정청래 법사위원장의 질문에 "그런 부분에 대해서도 철저한 추궁이 필요하다는 여러 대법관의 말씀이 있었다"고 전했다.
정 위원장은 천 처장에게 지지자들의 행위가 형법상 내란죄에 해당할 여지가 있는지도 물었다.
천 처장은 "강압으로 볼만한 불법적인 폭력"이라며 "그렇게 평가할 여지도 없지는 않다"고 설명했다.
다만 "저희는 심판 기관이기 때문에 단정적인 말씀을 드리기는 어렵다"고 했다.
Copyrights ⓒ TV조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