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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까지 언급한 '北 확성기 철거'…軍 보고 체계 문제 없었나

  • 등록: 2025.08.14 오후 21:41

  • 수정: 2025.08.14 오후 21:48

[앵커]
국방부 출입하는 이태형 기자와 관련한 이야기 좀 더 나눠보겠습니다. 이 기자, 북한이 지금까지 철거한 확성기는 결과적으로 1대인 거죠?

[기자]
그렇습니다. 2대 중 1대는 말씀드린 것처럼 군 발표 당일, 2시간 만에 재설치가 됐고요. 1대는 오늘까지도 스피커만 제거된 상태로 남아있는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하지만 군의 설명처럼 이걸 '철거'라고 볼 수 있을진 여전히 의문입니다. 북한은 그동안에도 스피커를 떼냈다가 정비를 한 뒤 다시 설치한 경우가 적지 않았습니다. 이번에도 역시 지지대가 그대로 남아있기 때문에 일상적 정비의 일환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습니다. 다만 어제 오늘은 북한에도 폭우가 쏟아졌기 때문에 특이 동향은 관측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앵커]
그 전에도 비슷한 움직임이 없지 않았단 건데, 그런데도 군이 북한이 확성기를 철거했다는 식으로 서둘러 발표한 배경은 뭐라고 봐야할까요?

[기자]
정치인 출신인 안규백 국방부장관이 취임한 것과 무관치 않을 거란 게 군 안팎의 해석입니다. 시간을 갖고 지켜보며 분석해야 할 북한의 전방 활동을 새 정부 정책기조에 맞추려다보니 무리하게 발표한 것 아니냐는 겁니다. 실제로 이번 북한의 동향 역시 실무선에선 일상적 정비활동일 가능성이 높단 의견이 적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북한의 대남확성기가 모두 40여대인데, 고작 2대의 움직임을 갖고 '일부 지역'이라는 모호한 표현을 써 발표한 것도 문제였습니다. 일부 언론이 북한이 철거를 시작했다며 의미를 부여해 보도하기 시작했고, 통일부와 민주당 지도부의 희망섞인 기대와 논평까지 더해지면서 확성기 철거가 기정사실화된 측면이 있습니다.

[앵커]
그제 국무회의 땐 이재명 대통령까지 대남 확성기 철거를 언급했잖아요. 군 보고가 정상적으로 이뤄졌던 겁니까?

[기자]
대통령실에 어느 정도까지 보고됐는지는 파악되지 않았습니다. 다만 움직임이 포착된 북한 확성기 2대 가운데 1대가 당일 재설치 되고, 정비 활동도 중단 없이 이뤄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대통령이 그같은 언급을 했을 거라는 건 상상하기 쉽지 않습니다. 군의 보고가 선택적으로 이뤄진 건 아닌지, 혹은 과도한 정무적 해석이 반영됐던 건 아닌지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할 부분으로 보입니다.

[앵커]
북한 김여정의 오늘 담화를 보면 우리의 계속된 유화 제스쳐에도 적대적 관계를 바꿀 생각은 전혀 없다는 거잖아요? 정부의 대북 정책 기조에도 변화가 생길까요?

[기자]
그렇진 않을 듯합니다. 정동영 통일부 장관은 "평화를 향한 열망을 결코 꺾을 수 없다"고 했고요, 이 대통령 역시 내일 광복절 경축사에서 남북 불신의 벽이 높지만 신뢰회복이 필요하단 메시지를 강조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앵커]
남북간에 평화 분위기가 필요하다는 데 대해 뭐라고 할 사람은 없겠죠. 하지만 적어도 안보를 책임지는 군은 분위기에 휩쓸려 상황을 오판해선 안되겠죠. 이 기자, 수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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