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일본은 올해 과학 분야에서 2개의 노벨상을 추가했습니다. 우리는 아직 과학 노벨상이 하나도 없는데 일본의 기초과학은 어떻게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는 건지, 우리와는 뭐가 달랐던 건지 신유만 기자와 따져보겠습니다. 신 기자, 일본이 특히 과학 노벨상을 많이 받는 것 같은데 몇 명째입니까?
[기자]
오늘까지 올해 과학 분야 수상자 발표가 끝난 가운데 일본은 역대 27명이 과학 노벨상 수상의 영예를 안았습니다. 분야별로는 물리학 12명, 화학 9명, 생리의학 6명이었습니다. 올해 수상자 2명은 화학과 생리의학 분야에서 나왔습니다. 일본은 1949년에 물리학상으로 첫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했는데요, 2000년대 이후에만 22명의 과학 분야 수상자가 쏟아지고 있습니다.
[앵커]
우리는 아직 과학 노벨상 수상이 없는데 이유가 뭡니까?
[기자]
기초과학 경시 풍조와 단기 성과주의가 그 원인으로 거론됩니다. 노벨 과학상 수상자들이 핵심 연구를 시작해서 노벨상을 받기까지 평균 32년이 걸린다는 통계가 있는데요, 우리나라는 3년에서 5년 안에 끝나는 단기 소형 과제에만 매몰돼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이필호 / 강원대 화학과 교수 (대한화학회 회장)
"기본 연구비가 확보가 돼 있기 때문에 일본 같은 경우는 어떤 한 주제를 가지고서 계속 수십 년 간 자기 지도 교수가 했던 연구 주제를 가지고서도 자기 제자가 또 할 수도 있는 그런 어떤 분위기가 조성돼 있는 거예요."
[앵커]
우리 과학 영재들이 의대 진학에 쏠리고 있는 현실도 영향이 있을 것 같은데요.
[기자]
실제로 뛰어난 이공계 학생들이 의사가 되기 위해 전공을 버리고 있습니다. 지난 6년 동안 서울대 자퇴생 중 63%가 이공계였는데 공과대생이 가장 많이 자퇴를 했고 반대로 의대생의 자퇴율은 0.17%에 불과했습니다. 그런가 하면 전국의 의대, 약대, 치대 등으로 편입한 학생들의 출신 전공은 90% 이상이 자연계열, 이공계였습니다.
[앵커]
그렇다면 우수 인재들이 의대로 쏠리는데 노벨 생리의학상은 왜 안 나오는 겁니까?
[기자]
의과학 연구보다는 당장 수입이 좋고 직업 안정성이 높은 병원 근무를 선호하기 때문입니다. 서울대가 2018년부터 올해까지 의사 과학자를 48명 배출했는데, 이 가운데 연구 진로를 유지한 건 절반이 안 되는 23명에 그쳤다는 통계도 있습니다.
한희철 / 대한민국의학한림원 부원장
"의대를 보내는 부모님들이 기초의학을 하겠다고 그러면 말리세요. 장밋빛 미래가 보장돼 있는 것도 아니고 일반적으로 환자를 보는 일만 했을 때보다는 훨씬 보상이 적기 때문에…."
[앵커]
일본이나 다른 선진국에서 우리가 어떤 점을 배울 수 있을까요?
[기자]
미국의 의사 과학자 육성 프로그램은 한 명당 연 2100여만 원을 10년 가까이 지원합니다. 이 프로그램 출신자들이 지난 15년 동안 14개의 노벨상을 탔을 정도인데요, 일본도 이 미국 시스템을 그대로 벤치마킹해 전국 의대의 절반 정도가 운영하고 있습니다. 과학 분야 전반적으로는 시행착오를 보장하는 장기 지원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많습니다. 일본 과학 노벨상은 아까 보신 것처럼 2000년대 이후에 폭발적으로 나오고 있는데 고도성장기였던 1960년대부터 과감한 장기 투자를 지속해 왔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옵니다.
[앵커]
매년 노벨상 발표가 있을 때마다 옆 나라를 부러워할 것만이 아니라 우리도 이제 기초과학을 바라보는 시각과 풍토 자체를 바꿔야 할 때가 아닌가 싶습니다. 신 기자,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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