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캄보디아 범죄조직들이 불법적으로 벌어들인 돈, 감추고 세탁하기 전에 하루빨리 몰수해야 할 텐데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독립몰수제'라는 제도가 급물살을 타고 있습니다. 이게 구체적으로 뭔지, 실제 도입되려면 넘어야 할 관문은 뭐가 있는지 신유만 기자와 따져보겠습니다.
신 기자, '독립몰수제'가 뭡니까?
[기자]
유죄 판결이 나기 전이라도 범죄수익을 몰수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돕니다. 범죄수익인 게 명확하게 특정되더라도 범죄자가 누군지 확인되지 않거나 이미 해외로 도망가버려서 기소할 수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범죄 혐의자가 사망한 경우엔 아예 기소 자체가 불가능합니다. 현행법상으로는 범죄자에 대해 재판을 해서 유죄가 확정된 뒤에야 범죄수익을 몰수할 수 있는데, 그 전에 범죄수익을 몰수할 수 있게 하자는 겁니다.
[앵커]
구체적으로 어떤 경우에 적용될 수 있을까요?
[기자]
대표적으로 캄보디아 스캠 범죄처럼 수익금이 해외로 넘어가서 흩어지거나 은닉될 수 있는 경우 발빠른 조치가 필요합니다. 전두환, 노태우 전 대통령의 불법 비자금처럼 범죄 당사자가 사망해서 공소 제기 자체를 할 수 없는 경우에도 적용할 수 있습니다. 애초에 독립몰수제 논의 자체가 두 전 대통령의 비자금 환수를 위해서 나온 것이기도 한데, 대법원이 최근 최태원 SK 회장 이혼소송에서 노 전 대통령의 300억 원 비자금은 불법 조성 자금이라고 판시하기도 했는데요. 독립몰수제를 도입하면 이 돈도 국가가 환수할 수 있습니다.
[앵커]
그런데 기존에도 수사기관이 범죄수익을 동결할 수 있지 않았나요?
[기자]
네. 지금도 검찰과 경찰이 수사 중에 범죄수익으로 추정되는 재산에 대해 동결 조치를 할 수 있습니다. 문제는 동결은 어디까지나 묶어만 두는 것이고 영원히 묶을 수도 없습니다. 결국 국고로 몰수하려면 해당 범죄자를 재판에 세워서 유죄 판결을 받아내야 한다는 한계가 있었습니다.
양태정 / 변호사
"지금 제도에서는 재판이 되지 않으면 동결만 시킬 수 있을 뿐 몰수가 안 됩니다. 사망했거나 도주, 소재 불명같이 기소나 재판이 불가능한 경우에는 그 범죄 수익을 몰수할 수 없게 됩니다."
[앵커]
그런데 판결 전에 재산을 몰수한다는 게 헌법에 규정된 무죄 추정의 원칙에 위배되지는 않습니까?
[기자]
유죄 확정 전에 재산을 박탈하는 건 형벌을 미리 부과하는 것과 같아서, 말씀하신 대로 위헌 소지가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또 범죄와의 관련성이 완벽히 입증되지 않은 재산도 몰수될 수 있고, 결과적으로 개인의 재산권을 침해당하는 억울한 사례가 나올 거라는 우려도 있습니다. 만약 범죄수익이 무고한 제3자로 넘어가 있을 경우 그 사람의 재산권 침해도 예상되는 부작용입니다.
김희균 / 서울시립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유죄 판결이 아직 안 났는데 재산부터 먼저 뺀다, 그러다 나중에 무죄가 되면 어떻게 해요? 대안을 찾는 게 그렇게 쉽지가 않아요. 기준을 잡고 제도를 설계하는 게 되게 복잡한 거예요."
[앵커]
해외에서도 운영하고 있는 제도인가요?
[기자]
일단 유엔 등 국제기구들이 각 나라에 이 제도 도입을 권고하고 있습니다. 미국에서는 범죄자의 형사재판과는 별개로 그 사람의 재산을 상대로 소송을 해서 몰수할 수 있고요, 독일은 피의자 사망 시 상속인에게서도 범죄수익을 몰수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앵커]
정치권도 여야 가리지 않고 도입하자는 목소리가 많던데, 획기적인 법안으로는 보이지만 오남용되지 않도록 하는 장치도 필요해 보이네요. 신 기자,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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