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조챗] "투표용지가 없다고?" '잠실 대치' 거쳐 '오세훈 역전극'…이런 27시간은 없었다
등록: 2026.06.04 오전 11:32
수정: 2026.06.04 오후 15:56
사상 초유의 투표용지 부족 사태부터 새벽의 대역전극까지. 27시간에 걸쳐 서울의 미래를 바꾼 6·3 지방선거는 그야말로 숨막히는 드라마였습니다.
개표소의 환호와 탄식, 그리고 새벽을 정점으로 뒤바뀐 두 후보의 운명적인 순간들을 시간대별로 재구성했습니다.
■ 3일 오후 1시 | "투표용지가 없다!" 돌발 변수의 시작
서울 송파구 잠실2동 제6투표소. 점심시간을 맞아 투표소를 찾은 직장인들과 주민들이 들이닥친 현장에서 갑자기 고성이 터져 나왔습니다.
"왜 투표용지를 주지 않느냐"는 유권자들의 항의가 빗발친 것.
선관위가 투표율 예측에 실패해 인쇄해 둔 투표용지가 바닥을 드러내는 사상 초유의 '용지 부족 사태'가 수면 위로 떠오른 순간이었습니다.
현장을 찾은 한 유권자는 "현장 투표관리관으로부터 지난 선거 투표 인원을 기준으로 용지가 배분됐는데 예상보다 많은 유권자가 몰려 부족한 상황이라는 설명을 들었다"며 "투표용지를 절반 정도만 준비했다는 이야기도 들었다"고 전했습니다.
수백 명의 시민이 투표소 복도와 건물 밖에 줄을 선 채 하염없이 대기하는 소동이 벌어졌고, 이내 이 소식의 파장은 전국으로 번졌습니다.
용지 부족 사태는 서울 송파구 12곳, 강남구와 광진구 각 1곳 등 총 14개 투표소에서 발생했습니다.
■ 3일 오후 4시 30분 | 지퍼백에 담긴 투표용지… 선거관리 파행
오후가 되면서 현장의 혼란은 극에 달했습니다.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지자 선관위는 부랴부랴 타 지역 선관위에서 잔여 투표용지를 수거해 현장으로 긴급 수송하기 시작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투표용지가 지퍼백, 종이봉투 등에 담긴 초유의 장면이 목격되면서 유권자들의 불신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습니다.
일부 투표소에서는 유권자들이 "선거 오염이다", "배달 과정에서 용지가 유출되거나 조작되면 누가 책임지느냐"며 격렬히 항의했고, 선관위 직원들과의 대치로 이어져 투표 절차가 수 시간 동안 마비되는 파행을 겪었습니다.
부실한 선거 관리에 현장은 그야말로 아수라장이었습니다.
■ 3일 오후 9시 | 선관위 대국민 사과…"신뢰 훼손 책임 통감"
허철훈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사무총장은 밤 9시쯤 경기 과천 청사에서 직접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했습니다.
그는 "투표소를 찾아주신 국민께 불편을 드리고, 공정한 선거 관리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훼손한 점에 대해 책임을 통감한다"고 고개를 숙였습니다.
사과문에서 허 사무총장은 사태를 인지하는 즉시 용지 부족 투표소로 투표용지를 이송했고, 해당 투표소에서 대기 중인 유권자는 마감 시간이 지나더라도 정상적으로 투표할 수 있도록 안내했다고 설명했습니다.
또한 개표가 끝나는 대로 이번 사태의 원인과 문제점을 파악해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덧붙였습니다.
한편 청와대는 이번 사태에 대해 "선관위가 자체적으로 대응하고 해결해야 할 문제"라는 짧은 입장을 내놨습니다.
선관위는 행정부 소속이 아닌 독립된 헌법기관이라는 점에서 청와대가 별도의 조치를 취하기 어렵다는 취지의 거리두기로 해석됩니다.
■ 3일 오후 9시 30분 | 투표 시간 연장…오세훈 "개표 중단해야"
잠실7동 제2투표소 등 일부 투표소의 투표 시간이 밤 10시까지 긴급 연장되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국민의힘 오세훈 후보 캠프는 발칵 뒤집혔습니다.
보수 성향이 강한 강남·송파 지역에서 선관위의 부실 관리로 투표가 막히자 오 후보 측은 즉각 긴급 성명을 냈습니다.
오 후보는 "참정권은 어떤 경우에도 침해받아서는 안 된다"라고 강력히 경고하며,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피해를 입은 시민들의 참정권을 어떻게 회복할지 책임 있는 선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선관위를 강하게 압박했습니다.
투표 마감 전부터 선거 무효 소송 가능성까지 거론되며 긴장감은 최고조에 달했습니다.
■ 3일 오후 10시 | 민주당 "개표 중단·재선거 요구, 일고의 가치 없다"
사태를 바라보는 더불어민주당의 움직임도 긴박해졌습니다.
조승래 총괄선대본부장은 밤 10시 기자회견을 열고 "선관위의 투표 관리 부실에 대해 강력하게 유감의 뜻을 표한다"며 "부실한 선거 관리에 반드시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다만 국민의힘의 공세에는 선을 그었습니다.
조 본부장은 "국민의힘의 개표 중단과 재선거 요구에 대해서는 일고의 가치가 없다"며 "많은 서울시민들이 투표를 마쳤고, 봉인 절차를 거쳐 개표가 진행 중"이라고 일축했습니다.
■ 3일 오후 10시 | 투표소 앞 밤샘 대치… 경찰-시민 충돌
투표가 공식 종료된 뒤에도 유권자들과 시민들은 투표소 앞에 운집한 채 해산을 거부했습니다.
시민들은 "투표 무효", "부실 선거 개표 중단"을 외치며 격양된 반응을 이어갔습니다.
특히 잠실7동 제2투표소에서는 투표함을 개표소로 이송하려는 선관위 관계자들을 시위대가 몸으로 막아서며 일촉즉발의 상황이 벌어졌습니다.
"쪼개기 투표함과 부실 선거 과정을 믿을 수 없다"는 이유였습니다.
시민들이 투표소 입구를 인간 띠로 에워싸고 대치하자 결국 경찰기동대가 투입됐습니다.
이 과정에서 투표함 반출을 시도하는 경찰과 이를 저지하려는 시위대 사이에 격렬한 몸싸움과 물리적 충돌이 빚어졌고, 사방에서 고성과 욕설이 오갔습니다.
이 때문에 해당 투표함은 이튿날까지 개표소로 옮겨지지 못하는 파행을 겪었습니다.
■ 3일 오후 10시 30분 | 장동혁 "오염된 선거"…선관위 "재선거 사유 아냐"
더 나아가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이날 밤 10시 30분 경기 과천 중앙선관위를 직접 찾아 허철훈 사무총장에게 즉각적인 개표 중단과 재선거 실시를 요구했습니다.
장 대표는 "전국에 이와 유사한 사례가 얼마나 있었는지 파악될 때까지 전국 모든 개표를 중단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국민의힘은 전국의 개표 참관인들을 모두 철수시키겠다"고 경고했습니다.
노태악 중앙선거관리위원장을 만난 자리에서도 장 대표는 개표 중단을 요구했지만, 노 위원장은 "개표 중단은 위원장 혼자 결정할 사항이 아니다"라며 선을 그었습니다.
선관위는 이후 입장문을 내고 "투표용지 부족은 공직선거법에 따른 재선거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국민의힘의 요구를 일축했습니다.
■ 4일 오전 2시 | 출구조사의 충격, 밤샘 추격전
전날 오후 6시 20분, 개표가 시작되었을 때만 해도 오세훈 캠프에는 무거운 침묵만이 흐르고 있었습니다.
지상파 방송 3사 출구조사에서 더불어민주당 정원오 후보가 51.4%, 오 후보가 46.0%를 기록하며 정 후보가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고, 실제 개표율이 50%를 넘어설 때까지도 정 후보가 줄곧 두 자릿수 격차로 선두를 지켰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차분하게 자택에서 대기하던 오 후보의 추격은 새벽 2시를 기점으로 본격화됐습니다.
강남·송파 지역 표가 본격 집계되면서 두 후보 간의 격차가 순식간에 한 자릿수, 이어서 1~2%p 차이로 무섭게 좁혀졌습니다. 개표소의 참관인들은 숨을 죽인 채 한 표 한 표마다 탄성과 환호를 질렀습니다.
■ 4일 오전 7시 17분 | 운명이 뒤바뀐 순간, 역전의 환호
개표가 시작된 지 꼬박 13시간이 지난 오전 7시 17분, 마침내 서울시장 선거의 판세가 뒤집혔습니다.
개표율 93.84%를 지나던 시점, 오세훈 후보가 처음으로 선두 자리에 올라섰습니다.
밤을 새우며 차분히 개표를 지켜보던 종로구 오세훈 캠프 상황실에는 일제히 소름 돋는 환호성이 터져 나왔고, 일부 관계자들은 눈시울을 붉혔습니다.
■ 4일 오전 9시 30분 | 오세훈 "평범하고 성실한 시민들의 승리" 역대 최초 5선 확정
마침내 마침표가 찍혔습니다. 개표율 97.7% 기준 오 후보가 48.94%를 기록하던 오전 9시 30분, 정원오 후보가 "서울 시민의 선택을 겸허히 받들겠다"며 승복을 선언하면서 당선이 확정됐습니다.
역대 최초의 5선 서울시장이라는 대기록을 쓴 오 당선인은 담담하면서도 확신에 찬 목소리로 소회를 밝혔습니다.
오 당선인은 "이번 선거 결과는 저 오세훈 개인의 승리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운을 뗀 뒤, "지옥과도 같은 전월세난이 끝나기를 바라는 서민들, 아이를 안심하고 맡길 곳을 찾는 맞벌이 부부들, 재건축을 기다리며 낡은 집에서 희망을 기다려온 주민들, 이 평범하고 성실한 시민들의 승리"라며 감사의 인사를 전했습니다.
투표용지 부족이라는 초유의 대혼란 속에서 치러진 27시간의 역전극은 이렇게 오세훈의 승리로 막을 내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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