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옛 동료의 부탁에 어쩌다 한 번 마음이 흔들렸던 것이 아닙니다. 광산경찰서 수사팀은 장윤기의 아버지, 장 경감과 마치 한 몸 같았습니다. 그런줄도 모른 채 경찰을 믿고 정의 구현을 기다렸을 유가족을 생각하면 가슴이 무너집니다. 광산서 수사팀과 장 경감의 조직적 증거인멸 정황을 김충령 기자와 짚어보겠습니다.
김 기자, 장윤기가 체포된 후 송치될 때가지 수사팀에서 도대체 무슨 짓을 한 겁니까?
[기자]
수사팀과 장 경감의 증거인멸은 장윤기의 성범죄를 증명할 수 있는 내용들에 집중됩니다. 5월 5일이죠. 사건 발생 11시간만에 장윤기는 체포됩니다. 그런데 수사팀은 장윤기가 피해자를 미행할 때 썼던 차량에서 사람을 묶는 끈을 발견해 촬영까지 하고선 증거물로 확보하지 않았습니다. 영상도 삭제했습니다. 이 차에선 피해자 혈흔도 나왔습니다. 그런데 다음 날 차를 장 경감에게 내줬습니다. 장윤기의 원룸에선 목과 가슴이 집중적으로 훼손된 리얼돌과 예전에 쓰던 휴대폰도 발견됐지만, 수사팀은 중요한 증거물을 확보하는 대신 장 경감에게 원룸 주소와 비밀번호를 넘겨줬습니다. 장 경감은 리얼돌을 찢어 없앴고요 휴대폰은 불태웠습니다. 이 모든 과정에서 장 경감은 수사팀의 최소 2명과 수십 차례 통화를 했습니다.
[앵커]
그러니까 살인한 증거는 어쩔 수 없다 치더라도 성범죄의 증거는 없애자, 이런 취지인 건가요?
[기자]
장윤기의 그동안 통화 내역이나 리얼돌의 훼손 상태를 통해 성범죄 후 살인의 예행연습 정황이 포착됐을 수도 있겠습니다. 이렇게 된다면 '강간 등 살인죄'로 처벌받게 되는데, 여러 증거를 지워버리고 '일반 살인죄'로 송치한 것입니다. 강간살인의 경우 최소 형량이 무기징역이지만, 일반 살인은 징역 5년까지 뚝 떨어집니다.
[앵커]
이것을 제식구 감싸기 말고 뭐 다른 표현이 있을까요?
[기자]
장 경감은 20년 가까이 광산경찰서에서 근무했습니다. 경찰의 제식구 감싸기 행태는 어제 오늘 일이 아니긴 합니다. 올해 초 부산에선 몰래 로펌사무장으로 '투잡'을 뛰는 동료 경찰을 위해 수사기밀을 넘긴 경찰들이 기소됐습니다. 5년 전 포천에선 사기로 고소당한 아들이 무혐의 처분을 받을 수 있도록 부하들에게 여러 청탁을 한 현직 경찰관이 해임되기도 했습니다. 포천경찰서 '아빠경찰'도 언론보도가 아니었으면 묻힐 뻔 했던 사건이었습니다.
[앵커]
보완수사권 같은 외부의 감시와 견제가 없다면 이런 일은 재발할 수밖에 없다 이런 얘기들이 나오는 거잖아요.
[기자]
경찰이 검찰에 송치하지 않고 불송치한 비율을 보면 전체 평균은 26%에 불과한데 경찰공무원은 무려 65%입니다. 지금도 이런 상황인데 검찰의 보완수사권까지 폐지한다면 제2, 제3의 장윤기를 어떻게 막을 것인지 우려의 목소리가 큽니다.
김상현 /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누가 더 수사를 잘한다 이런 차원의 문제보다는 수사를 감시하는 교차적으로 검증하는 그런 구조가 들어와 있어야 되는데, 보완수사권을 철폐하게 되면 그 부분에 있어서 문제가 발생하게 되는 거죠."
[앵커]
국민의 인권과 안전을 책임져야 될 수사 기관이 이렇게 한 곳에 집중되다 보면 어떻게 될지를 보여주는 아주 극명한 사례가 아닌가 싶습니다. 김 기자,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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