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통일뉴스9

[신동욱 앵커의 시선] 북한의 저팔계 외교

등록 2018.08.03 21:45

수정 2018.08.06 10:47

중국 고대소설 '서유기'에서 가장 독특한 캐릭터가 저팔계일 겁니다. 이름부터가 살생 절도 간음 망언을 비롯한 여덟 가지 계율을 어긴 돼지, 그래서 저팔계입니다. 저팔계는 삼장법사 제자가 된 뒤로도 탐욕을 버리지 못하고 천방지축 소동을 벌입니다.

그런데 태영호 전 북한 공사는 '김정일이 솔직한 척, 어리석은 척, 억울한 척, 미련한 척하면서 얻어먹을 것을 다 챙겨먹는 저팔계식 외교를 강조했다'고 한바 있습니다. 귀순 북한 외교관 현성일씨도 "저팔계처럼 잇속만 챙길 수 있다면 적에게도 추파를 던지라는 것이 김정일 지시"라고 증언했지요.

요즘 북한이 이런 저팔계식 외교를 현란하게 구사하고 있습니다. 비핵화를 약속해 놓고도 보란듯이 핵미사일 공장을 돌리면서 미국에게 종전선언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미군 유해 송환 약속을 지킬 듯 말 듯 하면서 트럼프의 속을 태우더니 그 일부만 보내고도 트럼프 대통령 입을 함박만하게 벌어지게 했습니다.

북한은 문재인 대통령의 지난달 싱가포르 발언을 두고 "감히 입을 놀려 쓸데없는 훈시질을 한다"고 비난했습니다. 그러다 엊그제는 "남북관계가 겉만 번지르르할 뿐 실속이 없다"며 개성공단 가동과 금강산 관광 재개를 대놓고 요구했습니다.

북한의 이런 저팔계 외교에 대해 미국 조야에서 심각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의회는 주한미군 철수를 대북 협상카드로 쓰지 못하도록 못박고 비핵화 이행상황을 보고하라는 법안을 통과시켰습니다.

북한 석탄 반입과 우리 정부의 개성공단 재개 입장에 대해서는 의회와 국무부 모두 거듭 경고하고 나섰습니다. 태영호 전 공사는 얼마전 언론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저팔계 외교에 휘말렸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트럼프만 당한 게 아닌 듯합니다. 미국 내부, 그리고 한미 사이가 얽히고설키는 걸 보면, 상식과 합리를 무시하는 저팔계 외교가 먹히긴 하는 모양입니다. 그러는 사이 비핵화는 어디로 간 건지 남북한 당국의 입에서 사라져 버렸습니다.

8월 3일 앵커의 시선은 '북한의 저팔계 외교'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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