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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련 남았던 현역…'빙속 여제' 이상화, 뜨거운 안녕

등록 2019.05.16 16:26

수정 2019.05.16 16:26

미련 남았던 현역…'빙속 여제' 이상화, 뜨거운 안녕

'빙속 여제' 이상화가 16일 오후 서울 중구 더플라자호텔에서 열린 은퇴식 및 기자회견에서 선수 생활을 마치는 소회를 밝히고 있다 / 연합뉴스

'빙속 여제' 이상화(30)도 은퇴 앞에선 눈물을 참지 못했다.

이상화는 오늘 서울 중구 플라자호텔에서 은퇴 기자회견을 열었다. 소감을 전하는 인삿말에서 더듬더듬 말을 이었던 이상화는 이내 눈물을 터뜨렸다. 행복을 얘기했다. "16년간 국가대표 생활을 하면서 힘들기도 하고 부담도 많았다"면서 "선수로 행복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금까지 보내주신 사랑과 응원을 평생 잊지 않겠다. 가슴 속에 새기며 열심히 살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미련 남았던 현역

이상화는 지난 3월 은퇴 기자회견을 준비했다. 하지만 이내 기자회견을 취소했다. 은퇴가 와닿지 않았다. 현역에 대한 미련이 강했다.

평창올림픽에서 질주를 마치고 2022년 베이징올림픽 출전 가능성을 열어놨었던 그녀다. 평창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던 '라이벌' 고다이라 나오와 베이징 얘기도 나눴다.

무릎이 버텨줄지 의문이었지만 다시 재활을 하기로 했다. 지난한 과정이었다. 예전처럼 몸 상태를 끌어올릴 수 있을지 확신할 수 없었다. 이상화는 "수술을 생각했지만 선수 생활이 어렵다는 소견을 받았다. 약물과 재활 치료로 자신과의 싸움을 이어갔지만 더 이상 자신이 없었다"고 했다. 이어 "최고의 모습을 기억해 주셨으면 좋겠다" 마지막 소감을 전했다.

▲'세계 기록' 깨지지 않았으면…

이상화가 2013년 11월 월드컵 2차 대회에서 세웠던 36초36은 아직까지 깨지지 않은 여자 빙속 500m 세계 기록이다. 그만큼 전성기 시절 이상화의 질주는 폭발적이었다. 이상화는 "제가 세운 세계 기록이 안 깨졌으면 좋겠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그러면서도 "요즘 선수들 실력이 좋다. 언젠간 깨지겠지만 1년 정도는 더 유지됐으면 좋겠다"고 웃었다.

이상화가 꼽은 최고의 순간도 그 즈음이었다. 세계 기록을 갖고 참가하게 된 2014년 소치올림픽. 당시 빙속계에는 징크스가 하나 있었다. 세계 기록을 세우면 다음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지 못한다는 것. 이상화는 "징크스가 있어서 저 또한 두려웠는데, 그걸 이겨내고 2연패를 했다. 깔끔하고 완벽한 레이스였기에 더욱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 2010년 밴쿠버올림픽에 이어 대회 2연패였다. 올림픽 빙속 2연패는 우리 여자 선수 최초 기록이었다.

▲"지도자 아니면 해설위원이요"

이상화는 이제 자연인으로 돌아간다. 반복됐던 운동 스케쥴로 마음 편히 쉬어본 적 없었다. 이상화는 "평창올림픽을 마친 뒤, 알람을 꺼놓고 생활해보고 싶다"고 했지만 곧장 훈련에 매진했다. 은퇴식을 앞둔 최근에도 마음이 착잡해 잠을 이루지 못했다. 그녀는 "이제 짐을 내려놓은 만큼 편히 자보고 싶다"고 말했다. 또 "보통 사람이 누리는 소소한 행복을 누리고 싶다"고 했다.

은퇴를 깊게 생각해 보지 않았다. 구체적인 미래도 없다. 하지만 당분간 쉬면서 그려볼 참이다. 2022년 베이징올림픽 만큼은 명확했다. "해설위원을 할 수도 있을 거 같고, 아니면 코치가 돼서 베이징에 가지 않을까요. 둘 중 하나는 하고 싶어요."

여제의 질주는 마침표를 찍었지만 한국 빙속에 심어놓은 굵직한 기록들은 계속해서 빛날 것이다. / 박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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