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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커스] "패배가 주는 감동"…女수구팀이 쏘아올린 작은 공

등록 2019.07.23 21:42

수정 2019.07.23 22:55

[앵커]
'경기에 지고도 이렇게 환호를 받은 선수들이 또 있을까', 싶습니다. 세계수영선수권 대회에서 헝가리에 64대 0으로 지는 등 5연패를 당한 여자 수구대표팀 얘기입니다. 이 처절한 패배가 잔잔한 감동을 주는 이유는 뭘까요. 오늘은 평균 나이 17살에 불과한 이 어린 선수들이 쏘아올린 작은 공에 포커스를 맞췄습니다.

 

[리포트]
"응원의 박수로 환영해주시길 바랍니다."

꼴찌를 결정하는 마지막 경기. 상대 팀은 공을 던지는 족족 우리 골대로 쏙쏙 들어가는데, 우리 대표팀 공은 야속하게도 골문을 뚫지 못합니다. 경기 결과는 30대 0. 마지막 경기를 끝낸 선수들은 울음을 터뜨렸고 관중들도 따라 울었습니다. 선수들이 쏟은 눈물의 의미는 뭘까요?

여자 수구 대표팀이 꾸려진 건 불과 대회 개막 두달 전 세계대회 개최국이라 출전권이 주어졌지만, 비인기 종목인 탓에 정작 국내에는 수구 전문 선수가 없어 일반 수영선수들 가운데 대표팀을 선발해야 했습니다.

여고생 9명이 주축인 대표팀의 평균 나이는 17살.

경다슬 / 여자 수구 대표팀
"한달 반 만에 수구라는 걸 포지션 키퍼 기술 이런걸 다 흡수해야 되니까 진짜 저희는 정말 절박했죠."

축구로 따지면 일반인이 메시와 경기하는 셈이란 말이 팀내에서 나올 정도였죠.

40여일의 훈련을 마치고 세계 무대에 첫 출전하던 날. 선수들 얼굴에 환한 미소가 피어오른 것도 잠시, 높은 세계의 벽을 실감해야 했습니다.

경기랄 것도 없이 헝가리팀에 골을 내주고 또 내주길 32분. 64대 0이란 첫 성적표에 선수들 얼굴에선 웃음기가 사라졌습니다.

그리고 이틀 뒤, 러시아를 상대로 뽑아낸 첫 골. 1승만큼 값진 1골에 어린 선수들은 목놓아 울었습니다.

이번 대회 수구 대표팀의 성적표는 5연패, 172 실점에 6득점.

수구가 질서정연하게 공을 던지고 넣는 경기로 비춰지지만, 물 밑에서 벌어지는 일들은 물위와는 딴판입니다. 온 몸을 사용한 그야말로 격투가 펼쳐지네요. 개인 기록 경기를 해온 어린 선수들은 난생 처음 겪는 일이었습니다.

경다슬 / 여자 수구 대표팀
"저희가 온몸에 뜯긴 상처가 있거든요. 세계적인 선수들을 상대로 2m 분들과 상대로 살아 나온 거에 감사해요.(하하)"

이 험한 몸싸움도, 패배의 아픔도 견디게 해준 힘은 바로 동지애. 단체 경기를 통해 팀워크의 소중함을 처음 알게 됐습니다.

김민주 / 여자 수구 대표팀
"한 달 반 짧은데 진짜 열심히 했는데, 후회는 없는데 다시 헤어져야 된다는 게 제일 큰 아쉬움인 것 같아요."

하지만 비인기종목인 수구의 대표팀이 언제 다시 꾸려질지는 미지수죠. 소녀 선수들이 쏘아올린 작은 공이, 1등만 쫓는 메마른 경쟁사회를 되돌아보게 하고 있습니다.

뉴스9 포커스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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