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뉴스9

[신동욱 앵커의 시선] 우리가 남이냐

등록 2020.01.21 21:47

풍자와 해학이 넘치는 조폭 영화 '넘버 쓰리'입니다. 조폭 3인자 한석규가 포장마차에서 검사 최민식과 마주칩니다.

"부탁이 있는데 (깡패 말고) 건달이라고 불러주십쇼"
"건달? 너 그 말이 무슨 뜻인지나 알아? 하늘 건, 이를 달. 다시 말해서 하늘에 통달했다는 뜻이야. 간다르바(건달바)라고…"

건달바는 향을 먹고 살며 춤과 노래로 부처를 찬미하는 불교 수호신입니다. 그래서 조선시대에 건달바에서 나온 말이 백수를 가리키는 건달입니다. 그런데 자유당 때 정치깡패 이래 조폭들이 건달로 불리기를 좋아한다고 합니다. 의리와 염치를 아는 깡패의 호칭으로 여긴다는 겁니다.

반면 제일 싫어하는 호칭은 양아치라고 합니다. 거지를 가리키는 동냥아치에서 나온 말이지요. 그렇듯 주먹세계도 의리를 내세우는 모양입니다만, 의리의 사전적 의미는 '사람으로서 마땅히 지켜야 할 도리'를 뜻합니다.

어제 공개된 검찰의 유재수 감찰중단 사건 공소장을 보면 점입가경, 가관이라는 탄식이 절로 나옵니다. 조국 백원우 김경수 윤건영 천경득까지 대통령 측근, 실세 이름이 줄줄이 등장하는 유재수 구명운동 정황이 구체적 언급으로 올라 있기 때문입니다.

그중 몇 가지만 보겠습니다.
"유재수는 노무현 정부 때 함께 고생했고 현 정부 핵심인사들과 가까운 관계다”
"노무현 정부 인사들이 봐달라고 한다"
"정권 초기에 정부 핵심 인사들과 친분이 깊은 사람 비위가 크게 알려지면 안 된다"
"유재수가 사표를 낼 거니까 감찰이 없었던 것처럼 정리하라"

어떻습니까. 정의와 공정과 개혁은 간곳없고 내 편, 우리 편끼리의 의리만 보입니다. 우리 편이니까 덮고 가자는 건가요. 1992년 대선 때 부산 고위직 인사들이 모여 '우리가 남이가'를 외쳤던 초원복국 사건을 떠올릴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부임하자마자 조국 무혐의 처리를 주장했던 심재철 대검 반부패부장이 "백원우 비서관 기소도 재검토하자"고 했다는 보도가 나왔습니다.

제대로 된 충성, 진 정한 의리란 무엇입니까. 영화 '명량'에서 이순신이 아들에게 "나는 의리를 위해 싸운다"고 말합니다.

"무릇 장수 된 자의 의리는 충을 좇아야 하고, 충은 백성을 향해야 한다"
"임금이 아니고 말입니까?"

1월 21일 앵커의 시선은 '우리가 남이냐' 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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