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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후 Talk] 2위에서 467위 그리고 다시…테니스 국가대표 홍성찬의 '2시간36분 스페인 혈투'

등록 2022.09.15 06:51

수정 2022.09.15 08:14

[취재후 Talk] 2위에서 467위 그리고 다시…테니스 국가대표 홍성찬의 '2시간36분 스페인 혈투'

 

공은 둥글다지만, 축구공·야구공·농구공 등 그 둥근 정도는 확연하게 차이가 있다. 심리적인 이유를 뺀다면 통상적으로 농구나 배구처럼 '손을 사용하는 경기'는 전력이 약한 팀이 전력이 강한 팀을 이기는 빈도가 다른 종목에 비해 매우 적다. 야구의 경우는 약팀이 한 두 경기는 잡아낼 수 있어 보이는데, 그것도 네다섯 경기 이상을 치르면 그 실력 차가 충분히 드러난다고 한다.

강팀이 이기는 게 스포츠의 당연한 이치라지만 그래도 가장 변수가 많을 수 있는 종목이 축구라는 데에는 많은 운동선수들이 동의한다.
그런 면에서 테니스공은 축구공과 거리가 꽤 먼 편이다. 특히 단식의 경우 네트를 사이에 두고 철저하게 고립돼 경기를 펼치기 때문에 약한 선수가 강한 선수를 이기는 것은 아주 드문 경우에 속한다.

테니스의 월드컵, 데이비스컵의 파이널스(16강)에 참가 중인 국가대표팀 단식 선수 홍성찬(25). 그는 현재 한국 테니스의 간판인 권순우와 1997년생 동갑내기 친구다. 둘은 유년 시절 동안 서로 배우며 경쟁하며 보냈다.

 

[취재후 Talk] 2위에서 467위 그리고 다시…테니스 국가대표 홍성찬의 '2시간36분 스페인 혈투'
 


어렸을 때는 홍성찬이 앞섰다. 홍성찬은 2008년 10월부터 2009년에 걸쳐 열렸던 전국 초등대회 16개를 전부 우승, 무려 106경기 무패 기록을 세웠던 선수다. 2015년 호주오픈 주니어 단식 준우승, 2016년 ITF 주니어 마스터스 우승 등 세계무대에도 이름을 알렸고, 그 결과 세계 주니어 단식 최고 랭킹을 최고 2위까지 '찍었던' 유망주였다.

권순우의 주니어 시절 최고 랭킹은 세계 46위. 하지만 성장세는 오히려 권순우의 차지였다. 권순우의 포핸드는 현재 세계 수준을 위협할 만큼 강해졌지만, 경기 운영이 늘 수비적이었던 홍성찬은 정체를 벗어나지 못했다.

그러나 홍성찬은 13일 스페인 발렌시아에서 열린 데이비스컵 한국-캐나다전 1단식에서 '매우 강한' 인상을 남겼다. 그의 상대는 세계랭킹 141위의 포스피실(캐나다). 홍성찬의 세계랭킹이 467위였으니 비교적 '덜 둥근' 축에 속하는 테니스공이 어디로 튈지는 예상 가능한 일이었다.

 

[취재후 Talk] 2위에서 467위 그리고 다시…테니스 국가대표 홍성찬의 '2시간36분 스페인 혈투'
 


스페인 발렌시아 파벨론 푸엔테 데 산 루이스 경기장. BTS의 '퍼미션 투 댄스'가 선수단 등장 음악으로 나오고, 비장한 애국가까지 울려 퍼지는 등 모처럼 '국뽕'이 차올랐던 순간, 모자를 거꾸로 쓰고 시종일관 가벼운 발놀림으로 코트를 장악한 홍성찬은 마치 무대를 '씹어 먹는' 댄서처럼 춤을 추듯 날랜 몸놀림으로 집요하게 상대의 공을 받아냈다. 세트스코어 1-1, 마지막 3세트 6-6 상황에서 경기는 타이브레이크로 접어들었다.

하지만 그 치열했던 승부는 홍성찬의 패배로 끝났다. 타이브레이크에서 5-7로 패배, 3세트를 6-7로 내주고 2시간 36분간의 혈투를 마감했다.

홍성찬은 아쉬움에 한동안 멍하니 서 있었고, 박승규 대표팀 감독도 경기 후 기자회견장에서 홍성찬의 패배를 안타까워하며 벌겋게 충혈된 눈을 감추지 못했다.

"한국 팀 첫 경기, 부담감이 많았을텐데 어떤 심정이었나요?"

"진짜 티 안내려고 했는데, 제 인생에서 두 번째로 큰 긴장감이었습니다. 결혼식 이후로 가장 큰 긴장감이었습니다."

"빠른 발은 장점이지만 다소 수비적인 경기 스타일, 세계적인 선수들을 상대하는데 괜찮을까요?"

"전혀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다비드 페레르도 세계 정상급의 선수였습니다."

회견장에서 홍성찬이 언급했던 다비드 페레르는 공교롭게도 데이비스컵 본선을 치르고 있는 이 곳, 스페인 발렌시아 출신이다. 키도 홍성찬과 똑같은 175cm. 그는 2012년 호주오픈부터 2014년 프랑스오픈까지 10개 그랜드슬램 대회에서 연속으로 8강에 진출했던 '꾸준한' 선수였다. 특히나 20대 후반, 뒤늦게 전성기에 들어선 '대기만성'의 선수였던 것도 '467위 홍성찬'에게는 크나큰 희망의 요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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