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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문장 일기] 공백 '휴식의 말들'

등록 2024.01.24 17:47

수정 2024.01.24 18:10

[한 문장 일기] 공백 '휴식의 말들'

/유유 제공

"내 일상에도 작은 변화가 생겼다. 비가 쏟아질 땐 배달 음식을 시키지 않는다. 주문한 상품이 늦어져도 어지간해서는 재촉하지 않는다. 당일배송 주문을 차차 줄여 나간다."

기분 좋게 찰랑거리는 휴식과 이완의 말들을 읽다가 정신이 번쩍 든다. 김이듬 시인의 시 '게릴라성 호우'의 한 대목("굳이 이 밤에 누군가가 달려야 할 때 / 너를 이용하여 가만히 편리해도 되는지")을 인용하며 작가는 이렇게 쓴다.

나의 휴식이 다른 누군가의 노동이 아니길 바라는 마음. 작가의 시선은 공항에서 시간을 보내는 노인들에게로, 극한의 노동 환경에 내몰린 현장실습생들에게로 옮아간다. 우리의 휴식이 배타적이지 않기를. 함께 잘 쉴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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