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뉴스9

[앵커칼럼 오늘] 투표는 총탄보다 강하다

등록 2024.04.09 21:52

수정 2024.04.09 21:56

21세기 들어, 특히 젊은이들이 좋아하는 피아노곡 '짐노페디'입니다. 나른하도록 느리고 편안합니다.

작곡자 에릭 사티는 아웃사이더, 국외자였습니다. '나는 너무 늙은 세상에 너무 젊어서 왔다'고 했지요. 그는 파리음악원을 중퇴하고 카바레에서 피아노를 연주하면서 '세 개의 짐노페디'를 썼습니다.

짐노페디는 '알몸의 젊음'을 뜻합니다. 그렇듯 사티는, 엄숙하고 가식적인 주류 음악을 거부했습니다. 있는 듯 없는 듯 놓인 가구처럼, 일상의 평온을 방해하지 않는 자신의 음악을 '가구 음악'이라고 불렀습니다. 곡 제목도 '관료적인 소나티네' 같이 삐딱하게 붙이곤 했지요.

하지만 실생활에서는 지역사회 일과 어린이 돕기에 앞장섰습니다. 국외자가 아니라 능동적으로 참여하는 삶이었습니다.

지난 선거들에 적극적으로 나섰던 2030 세대가 무관심으로 돌아섰습니다. '반드시 투표하겠다'는 유권자가 가장 적습니다.

투표할 후보와 정당을 결정하지 못한 부동층도 단연 많습니다. 기성 정치를 냉소하고 혐오하는 '성난 젊은이들'이 선거에서 멀찌감치 떨어져 있는 것이지요. 그렇듯 어느 쪽으로 기울지 않은 2030의 참여가 선거 향방을 가를 변수로 도드라졌습니다.

여야 모두 '2030을 잡아야 이긴다'며 투표를 독려해 왔습니다. 결국 투표를 포기한다면 자신들의 요구는 물론, 전체 민의까지 제대로 반영되지 못할 겁니다.

비단 2030뿐이겠습니까. '모든 국민은 그 수준에 맞는 정부를 가진다'는 격언이 있습니다.

이재명 대표가 인용한 경구도 빼놓을 수 없지요.

'정치를 외면한 가장 큰 대가는, 가장 저질스러운 인간에게 지배받는 것이다.'

플라톤의 말로 잘못 전해오지만, 정신 번쩍 들게 실감 나는 얘기입니다.

우리에게 투표란, 증오와 분노, 갈등과 분열의 어둠 속에서, 위로와 화해, 희망과 통합의 등불을 찾아가는 길입니다. 그 길 끝에서 이런 사람들을 만난다면 더 바랄 게 없겠습니다.

에릭 사티의 삶과 음악처럼 목소리를 낮추고, 욕심과 성화 부리지 않고, 성실하게 일해 위로와 위안을 주는 일꾼 말입니다.

4월 9일 앵커칼럼 오늘 '투표는 총탄보다 강하다' 였습니다.

Copyrights ⓒ TV조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제보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