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뉴스7

[단독] 부실 기업 못잡는 금융당국의 부실 평가…"기준이 그래요"

등록 2024.04.21 19:07

수정 2024.04.21 22:57

[앵커]
고물가, 고금리 속에서 부동산 PF 위기는 지속되고 있죠. 당초 여기에 불을 지핀게 워크아웃에 들어간 태영건설이었습니다. 그런데 지난해까지도 태영건설은 금융당국의 재무 구조 평가에서 우등생 취급을 받았습니다. 결국, 태영건설의 부실을 미리 잡아내지 못한 건데, 금감원의 뒤쳐진 평가 시스템이 문제였습니다.

송무빈 기자가 단독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올해 초 부동산PF 부실로 워크아웃에 돌입한 태영건설.

윤세영 / 태영건설 회장 (지난 1월)
"부족할 경우에는 지주회사인 TY홀딩스와 SBS 주식도 담보로 해서 태영건설을 꼭 살려내겠습니다."

그런데 불과 7개월 전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은 태영건설의 재무상태를 100만점에 80점으로 평가했습니다.

현금흐름 등을 점수화하는 정량평가로 82점을 줬고, 우발채무 등을 반영해 점수를 낮추는 정성평가로 감점 최대치인 2점을 깎은 결과였습니다.

특히 우발채무가 2조 원이 넘고, 이 가운데 미착공사업 비중이 절반이 넘는데도 이런 평가를 했습니다.

한문도 / 서울디지털대 부동산학과 교수
"(미착공 비중 62%는) 당연히 위험한 거죠. 업계에서 현장 10개 돌리다 2개 뻗으면 파산이에요."

이 평가로 태영건설은 강제 구조조정을 면했고, 금융당국은 부실을 조기에 잡아낼 기회를 놓쳤습니다.

산업은행 측은 금감원이 만든 기준대로 따랐을 뿐이라는 입장입니다.

산업은행 관계자
"정성평가 부분의 점수가 조정이 되면 좋았을 텐데 차감할 수 있는 최대가 -2점밖에 안 돼 있어요. 금감원에서 내려주는 그런 걸 거에요."

금감원의 평가 시스템은 외환위기 이후인 1999년 도입돼 20년 넘게 운용됐습니다.

시대 변화와 업종 특성을 제대로 잡아내지 못하는 허점이 노출된 만큼, 재정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TV조선 송무빈입니다.

** 보도 이후 금감원은 태영건설의 '정량평가'는 2022년 말을 기준으로 해 재무상태 악화를 예측하는 데에 한계가 있었다고 알려왔습니다.

또, 평가의 예측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평가기준 등을 개선하는 노력을 지속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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