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뉴스9

[따져보니] 문대통령-당대표 회동 사실상 무산…왜?

등록 2019.06.05 21:35

수정 2019.06.05 21:42

[앵커]
문재인 대통령과 여야 5당 대표가 만난 뒤에 황교안 한국당 대표와 1:1 회담을 하자는 청와대의 제안에 대해 자유한국당이 비교섭단체는 빼자고 역제안을 했습니다. 그러자 청와대가 그렇게 할 수는 없다고 거부하면서 대통령과 당 대표들 간의 만남이 당장은 무산됐습니다. 여기에 어떤 정치적 계산들이 깔려 있는지 따져 보도록 하겠습니다.

강동원 기자. 보통 사람 생각에는 한번 만나는게 이렇게 어려울까 하는 생각도 드는데 일단 회담이 결렬된 이유는 뭡니까?

[기자]
참석 범위를 놓고 양측이 고집을 부린거죠. 청와대는 현재 여야정 상설협의체에 속해있는 정당의 당대표들과 다 같이 보는 걸 원한거고요. 한국당은 비교섭단체의 대표와는 같이할 수 없다고 한거죠.

[앵커]
한국당 입장에선 제1야당 대우를 해달라, 즉 5당 대표중의 한명으로 취급받는게 싫다는 뜻이지요? 그런데 예전에도 비슷한 일이 있었지요?

[기자]
그렇습니다. 일종의 데자뷰죠. 과거 청와대와 한국당 홍준표 대표 사이의 줄다리기와 닮았습니다. 문재인 대통령 취임 첫해인 2017년 7월 19일과 9월 27일. 청와대는 여야 5당 대표 회담을 제안했었는데, 홍 전 대표가 불참하면서 여야 4당 회담만 이뤄졌었죠. 당시에도 홍 전 대표는 "보여주기식 쇼에 들러리 설 순 없다". "비교섭단체와 같이 하는 건 격에 맞지 않는다"고 거절했었죠. 그러다가 지난해 3월 7일에서야 5당 대표 회동에 참석하고, 대통령과 1:1 회동까지 했습니다. 청와대가 이번에 '5당대표 회담 후 1:1 회담'이라고 제안한건 이같은 전례가 있었기 때문이죠.

[앵커]
그런데 대통령이 야당 대표를 단독으로 만나지 않고 한꺼번에 다 만나겠다고 하는 건 어떤 이유에서 그럴까요? 

[기자]
일단 정치 상황이 좀 변했습니다. 과거에는 대통령이 여당대표를 겸했기 때문에 여야 영수회담이라는 이름으로 주로 제1 야당 대표를 단독으로 만났습니다. 이렇게 해서 중요한 정치적 흥정을 한 것이지요. 박정희 대통령은 난국이 있을 때마다 영수회담을 활용했고요. 한일 협정과 베트남전 파병, 대통령 직선제 등을 놓고 당시 야당 총재를 1:1로 만났습니다. 전두환 대통령 역시 4.13 호헌 조치 철회 등 시국 수습책 때문에 각 당 총재들을 1:1로 차례로 만났습니다. 김영삼 전 대통령과 김대중 전 대통령 시절 1년에 한두 차례 씩 영수회담이 열렸습니다. 김영삼 전 대통령은 10차례, 김대중 정부에선 8차례 등 정국이 꽉 막힐 때마다 야당 대표와 단독회담을 가졌습니다.

[앵커]
그런데 이게 언제 바뀌었습니까?

[기자]
노무현 대통령 땝니다. 당시 청와대가 당청 분리를 주장하면서 대통령이 당대표직을 내놓았지요. 그러면서 여야 영수회담이 아니라 대통령 대 정당 대표들 간의 만남으로 회동 방식이 변한 겁니다. 

[앵커]
미국의 경우는 대통령이 의회의 도움이 필요하면 여야를 가리지 않고 만나서 도움을 청하는 모습이 아주 자연스러운데, 우리는 내용보다 형식에 너무 신경을 쓰다보니 협치가 잘 안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는군요. 잘들었습니다.

Copyrights ⓒ TV조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제보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