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뉴스9

[신동욱 앵커의 시선] 윤석열의 외침

등록 2020.08.04 21:51

송광수 전 검찰총장은, 노무현 대통령이 그에게 총장 임명장을 주면서 이렇게 말했다고 했습니다.

"검찰총장은 대통령의 통치철학을 따라야 합니다…"

그가 '승복 못하겠다'는 말은 차마 못하고 묵묵히 있자 대통령이 같은 말을 다시 했다고 합니다. 그래도 고개 딱 숙이고 있었더니 분위기가 싸늘해졌다고 했지요. 송 총장은 청와대와 번번이 충돌했고 "내 목부터 쳐라"고 맞서기도 했습니다. 대선자금 수사를 아홉 달 동안 벌여 측근들을 잡아들였습니다. 그런데도 노 대통령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믿음직스럽다고 생각하고 그간의 노고를 치하합니다…"

송 총장은 2년 임기를 채웠습니다. 후임 김종빈 총장은 법무장관이 사상 첫 수사지휘권을 발동하자 사표를 던졌습니다. 취임 여섯 달 만이었지요.

문재인 정부 문무일 총장은 임기 두 달 남기고 검경 수사권 조정에 항의했습니다. 윗옷을 벗어 흔들며 "흔드는 손을 보라"고 했지요.

"민주주의의 허울을 쓴 독재를 배격해야 한다"는 윤석열 총장의 공식 발언이 구체적으로 어디를 향한 것인지는 확실치 않습니다. 하지만 검찰 역사에 유례없이 크고 묵직한 목소리가 제게는, 권력을 향한 공개 성명처럼 들립니다.

잘 아시듯 윤 총장은 권력이 불러대는 사면초가에 포위돼 있습니다. 수족이 잘리는 인사가 거듭되면서 사실상 고립됐고, 특정 사건 수사지휘권까지 잃었습니다. 그러면서도 대외적 언급을 삼가다 작심한 듯 원고를 직접 썼다고 합니다. 그가 던진 명제 "독재 배격과 법의 지배를 통한 자유민주주의 실현"은 지금 대한민국에 법의 지배가 무너지고 있다는 경고로 들립니다.

요즘 검찰 내부에는 "그 많던 수사는 누가 다 먹었을까" 라는 씁쓸한 우스개가 돌고 있다고 합니다. 박완서 소설 제목을 비틀어, 울산선거 개입 의혹을 비롯한 권력형 사건 수사들이 사실상 중단된 상황을 자조하는 말이라고 합니다. 윤 총장은 신임 검사들에게 "권력형 비리는 어떤 경우에도 외면하지 않고 당당히 맞서라"고 했습니다.

너무나도 당연한 얘기지만 이 당부가 예사롭지 않게 들리는 이유를 문재인 정부는 곱씹어 봐야 합니다. 그리고 살아 있는 권력을 향한 검사들의 기개를 북돋워 주는 것이 진정한 검찰 개혁이라는 사실을 깨달아야 합니다. 권력이 원하는 수사만 하는 것 그것이야말로 적폐일 것이며 그 적폐의 칼날은 결국 스스로를 향할 것이란 사실도 말이지요.

8월 4일 앵커의 시선은 '윤석열의 외침' 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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