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확성기·전단 재개 수순
세종시 어진동 대통령기록관에 지난 2018년 9월 19일 문재인 전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평양 백화원 영빈관에서 서명한 평양공동선언문이 전시되어있는 모습 /연합뉴스
정부 고위관계자는 TV조선에 "9·19 군사합의뿐 아니라 과거 남북합의들까지 들여다보는 중"이라며 "이는 북한이 또다시 영토 침범과 같은 도발을 하면 대북확성기와 전광판, 대북전단 등을 언제든 재개할 수 있다는 경고의 뜻"이라고 전했다.
'대북전단금지법'으로 불리는 남북관계발전법 24·25조는 군사분계선 일대에서의 △대북확성기 방송 △시각매개물 게시 △전단 등 살포를 금지하며, 이를 위반할 경우 징역·벌금형에 처한다고 규정한다.
하지만 '남북합의서의 효력이 정지된 때'는 처벌이 면제되는데, 대북확성기와 전단 등이 연관된 합의들을 모두 효력 정지할 경우 사실상 대북확성기 방송 재개 수순으로 이어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대북확성기와 전단을 명시적으로 금지한 합의는 2018년 문재인 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이 서명한 '4·27 판문점선언'이다. 2조 1항에 "(2018년) 5월 1일부터 군사분계선 일대에서 확성기 방송과 전단살포를 비롯한 모든 적대 행위들을 중지한다"고 명시했다.
다만 판문점선언은 대규모 재정 투입이 필요한 내용을 담고 있기 때문에 효력을 갖기 위해선 국회 비준 동의가 필요하다. 하지만 2018년 당시 야당인 자유한국당의 반대로 무산됐고, 법적 실효성을 갖지 못했다.
문재인 정부는 같은해 9월 추가 정상회담을 치른 뒤 평양공동선언에 따른 9·19 남북군사합의를 통해 '일체의 적대행위 전면 중지'를 선언했다. 당시 정부는 9·19합의는 '중대한 재정적 부담'이 없기 때문에 국회 비준 동의 없이 효력이 발생한다고 판단했다.
판문점선언과 달리 9·19 합의는 법적 구속력이 발생한 상태이기 때문에, 그 관련법에 따라 대통령이 '남북관계에 중대한 변화 발생' 등을 이유로 효력을 정지시킬 수 있다.
현행법이 규정한 대북확성기·전단 금지는 문재인 정부 이전의 과거 남북합의와도 연결돼있다.
우선 1992년 발효된 남북기본합의서 부속합의서 13조는 "남북이 군사분계선 지역에서 방송과 시각매개물(게시물)을 비롯한 모든 수단을 통한 비방·중상을 하지 않는다"고 명시했다.
노무현 정부 시절인 2004년 남북 장성급군사회담에서 양측은 '6·4합의'(제3조)를 통해 "군사분계선 지역의 방송·게시물·전단 등 모든 선전활동을 중지하고 선전수단들을 제거한다"고 합의했다.
윤 대통령이 9·19 군사합의를 비롯해 남북기본부속합의서와 6·4합의 등의 효력 일부를 정지할 경우, 관련법이 금지한 대북확성기와 대북전단에 대한 처벌 근거가 사라져 사실상 재개가 가능해진다는 게 정부의 판단이다.
여권 관계자는 "북한이 무인기와 같은 '비대칭 도발'을 할 경우 그에 압도적으로 상응하는 조치를 취하겠다는 취지"라며 "북한이 가장 두려워하는 대북확성기와 전단을 '효력정지'를 통해 재개할 수 있다"고 전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달 27일 국무회의에서 북한 무인기의 영공 침범과 관련해 "북한의 선의와 군사 합의에만 의존한 대북정책이 얼마나 위험한 것인지 국민들께서 잘 보셨을 것"이라고 말했고, 지난 4일 "북한이 다시 우리 영토를 침범하는 도발을 일으키면 9·19 군사합의 효력 정지를 검토하라"고 국가안보실에 지시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우리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한 행정 수반이자 국군통수권자의 결단에 따른 것"이라며 "앞으로 북한의 추가 도발이 없기를 바란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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