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조선 방송화면 캡처
소위 '헌법재판소 마비 사태'를 바라보고 있는 여권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국회 다수당의 선택 여하에 따라 정부 부처를 비롯해 국가시스템도 상당 기간 마비시킬 수 있지만, 이를 막아설 힘이 없는 소수당의 한계를 절감하고 있어서다.
헌재는 지난달 17일 이종석 전 소장 등 재판관 3인의 임기 종료로 선고 정족수 미달인 '재판관 6인 체제'로 전락한 가운데, '공회전 장기화' 우려가 점차 커진 상황이다. 재판관 3인이 퇴임한 지 3주가 지났지만, 국회의 후임 재판관 지명 절차가 사실상 멈춰있는 탓이다.
헌재가 이른바 '마비 사태'를 막기 위해 '7명 이상의 출석으로 사건을 심리한다'는 헌법재판소법 효력을 정지해 이론상으로는 선고도 가능하도록 했다.
하지만 법조계 안팎에선 헌재가 사실상 심리만 이어갈 수 있을 뿐 주요 사건에 대한 결정은 내리기 어려울 것이란 시각이 지배적이다.
국회가 이 전 소장의 후임자 등이 결정한다고 해도, 임명 절차가 짧아도 한 달 가량 걸리는 만큼 '선고 공백 상태'는 그 이상 늘어날 수밖에 없다.
지난 2018년 이진성 헌법재판소장을 포함한 재판관 5명이 퇴임했을 당시 헌재소장 후보자 지명을 시작으로 국회의 헌법재판관 추천과 인사청문회 진행, 본회의 표결 마무리까지 2개월이 소요됐다.
4일 법조계에 따르면 헌재는 지난 9월 이후 두 달째, 통상 매월 마지막 주 목요일에 진행하는 선고를 하지 못하고 있다. 기존 재판관들의 순차 퇴임에 따른 새 재판관 임명 등 헌재 구성 변화가 계속됐기 때문이다.
여야는 이달 중으로 헌법재판관 임명 절차에 착수해 인사청문회까지 마무리하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여당은 '우선 여야가 각 1명씩 추천하자'는 입장인 반면, 다수당인 민주당은 '우리가 2명을 추천하겠다'며 맞서고 있어 처리 전망이 밝지만은 않다.
방통위의 경우 국회의 이진숙 위원장 탄핵소추 결정에 대한 판단을 받아야 하는데, 탄핵이나 위헌 결정 혹은 헌법소원 인용 결정을 하려면 6명 재판관 전원이 찬성해야 한다는 게 중론이다.
소수 의견으로 재판관 6인 가운데 4인 이상 찬성이면 가능하다는 해석도 있지만, 이 경우 가처분 신청 등 또 다른 분쟁 소지에 휘말릴 수밖에 없다는 관측이 나온다. 결국 이 위원장이 올해 안에 헌재 판단을 받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해졌다는 이야기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여권의 한 관계자는 "민주당이 손에 꽉 쥐고 있는 MBC를 놓지 않기 위해 방통위를 마비시키더니, 이제는 헌재까지 망가뜨려놨다"며 "이게 끝이 아니라 국가 시스템 전체를 망가뜨릴 목적으로 지속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오히려 앞으로가 더 큰 문제"라고 씁쓸해 했다.
여야의 헌법재판관 임명 협상과 관련, 한 정치권 관계자는 "민주당 이재명 대표에 대한 법원의 1심 선고 일정 전까지는 그 어떤 정무적 판단도 내리기 어려운 분위기 것"이라면서 "1심 재판 이전까지는 아무래도 예열 단계고, 그게 끝나야 뭐든 가능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