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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져보니] '노숙시위·고성방가' 못 막는 이유는?

  • 등록: 2023.05.18 21:15

  • 수정: 2023.05.18 21:18

[앵커]
물론 우리 헌법은 집회 시위의 자유를 보장하고 있습니다. 민주사회의 시민이라면 좀 불편하더라도 참아야 할 의무가 있는 겁니다. 그런데 어디까지 불편을 감수해야 하는지는 논란이 있을 수 있습니다. 길을 막고 밤을 새워 먹고 자는 이번 같은 집회에 법적인 문제는 없는지 따져 보겠습니다.

홍혜영 기자 최근 들어 서울도심에서 대규모 집회가 자주 열리지죠?

[기자]
이달 들어 서울 도심에서 있었던 대규모 집회는 10건에 이릅니다. 정부를 규탄하는 노동단체 집회와 간호법 찬반 집회, 보수·진보단체 집회가 매주 이어졌습니다. 도로 점거나 소음으로 불편을 겪은 시민들이 많았는데요, 1박 2일 집회가 이어졌던 어제와 그제는 서울경찰청 112상황실에 음주와 고성방가 등 소음 관련 신고가 80건 넘게 접수됐습니다.

[앵커]
어디까지 허용되는지 규정이 없습니까?

[기자]
있긴 있습니다. 현행 집시법에서 소음 같은 경우 주거지역은 낮에도 65dB 아래로 유지해야 하고 그밖의 지역은 75dB을 넘을 수 없습니다. 하지만 처벌 수위가 낮아 경찰이 경고해도 무시하기 일쑤입니다.  도로점거도 마찬가집니다. 법원이 4개 차로 점거만 허용하더라도, 현장에서는 8개 차로를 모두 막아서는 식입니다.

[앵커]
그런데 경찰이 적극적으로 통제하겠다는 의지를 보이지 않는 건 왜 그렇습니까?

[기자]
단속이나 처벌에 나서도, 집회 측이 소송을 제기하면 경찰이 패소하는 경우가 많다는데요, 그렇다보니 이번처럼 문화제에 합류한다는 편법을 써서 밤샘 시위를 해도 통제가 안 됩니다.

김형민 / 변호사
"지금까지 집회나 시위의 양상을 보면 일단은 허락을 받고 실제로는 그 범위를 지키는 경우가 거의 없었던 것 같습니다. 이전부터 이 부분에 대해서 엄정한 처벌을 하지 않았고 실제로 법원으로 갔을 때 경찰의 엄정한 처분이 뒤집히는 경우가 많이 있었어요."

[앵커]
요즘은 특히 소음 피해를 호소하는 시민들이 많다고 하더군요?

[기자]
맞습니다. 그래서 미국 뉴욕시의 경우는 집회 신고와 별도로, 확성기나 스피커를 쓸 경우 따로 소음 허가를 날마다 받아야 합니다. 학교, 병원 근처나 저녁 시간대에는 아예 확성기 사용이 금지됩니다. 이렇게만 해도 최소한 집회 주최자가 소음에 대한 인식을 갖게 된다는 게 전문가 분석입니다.

[앵커]
소음 기준도 우리는 너무 느슨한 거 아닌가요?

[기자]
네, 프랑스 파리시는 주변 배경소음을 기준으로 소음 규제를 하고 있습니다. 낮에는 주변 소음보다 5dB, 밤에는 3dB을 초과할 수 없는데요. 조용한 동네에서는 집회 소음도 더 작아야 하고, 시끄러운 곳에서는 그만큼 소음을 더 내도 되는 겁니다.

[앵커]
집회 시위의 자유도 보장되어야 하지만 동시에 일반 시민들의 행복추구권도 중요하다는 취지겠군요.

[기자]
네, 헌법은 집회와 결사의 자유를 보장하는 동시에, 쾌적한 생활환경을 누릴 시민들의 환경권도 명시하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실효성이 낮은 규제는 고쳐서, 집회의 자유와 환경권 사이의 적절한 균형을 맞춰야 한다고 지적합니다.

[앵커]
집회나 시위를 하는 목적도 결국 다른 사람들의 공감을 얻기 위한 것인데 이제는 집회 문화도 바꿀 때가 된 것 같습니다. 홍 기자,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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