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소위 '묻지마 범죄' 라고들 하지요. 아무 이유도 잘못도 없는 불특정 다수 대상 범죄는 예상할 수도, 피할 수도 없습니다. 그래서 더 공포스럽습니다. 최근 왜 이런 일이 빈발하는지, 혹시 우리가 모르는 뭔가가 있는지 따져 보겠습니다. 홍혜영 기자, 기분이 그런 걸까요? 이런 유형의 범죄가 최근 많이 늘어난 것 같은데 실제로 그렇습니까?
[기자]
그것도 확실하지 않습니다. 보통 뭉뚱그려 '묻지마 범죄' 라고 하는데, 사실 정해진 용어는 없습니다. 그렇다보니 관련 통계도 없고 사례를 분석하는 기준도 없는데요. 경찰이 지난해 1월 공식용어를 '이상동기 범죄'로 정하고 전담 조직까지 꾸렸지만 1년 반이 넘도록 진척된 건 없습니다.
[앵커]
처벌 수위를 높이자는 얘기도 나온다고요?
[기자]
네, 현행법상 무기징역을 선고 받아도 복역 20년이 지나면 가석방이 가능한데요. 국민의힘과 법무부는 '가석방 없는 종신형' 도입을 검토하겠다고 했습니다. 사면이나 가석방 같은 감형 대상에서 빠지는, 사실상 최고형량입니다. 미국 등 외국에선 이미 시행하고 있습니다.
윤정숙 /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범죄분석조사연구실장
"묻지마 범죄는 건수도 적고 일반 폭력 행위하고 동등하게 취급을 하기 때문에 관련법이 따로 없어요. 법정형이나 선고형을 어떻게 강화할 것인지 이런 부분에 대해서도 논의와 대책이 충분히 있어야…."
[앵커]
그런데 이런 범죄의 가해자들이 처벌을 별로 두려워하지 않는 경우가 많잖아요?
[기자]
네, 맞습니다. 신림동에서 무차별 흉기난동을 저지른 조선은 자신을 "그냥 쓸모 없는 사람"이라고 했죠. 이렇게 자신의 처지를 비관하면서 자포자기 심정으로 범행을 저지르기 때문에 처벌 수위를 높이는 것은 별로 효과가 없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앵커]
그럼 어떻게 해야 합니까?
[기자]
묻지마 범죄의 가해자는 크게 나눠 사회 부적응과 정신 질환, 약물 남용 등 특징을 보이는데요. 전문가들은 시간을 들여 범행 동기를 면밀히 분석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합니다. 단순히 사이코패스로 원인을 치부해버리면 면죄부만 줄 수 있다는 겁니다.
[앵커]
신림동과 서현역 피의자 모두 이삼십대 청년이라는 점도 시시하는 바가 있을까요?
[기자]
네, 그렇습니다. 코로나 팬데믹을 거치면서 고립된 청년들이 특히 많아졌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2019년 청년인구의 3%, 34만 명이던 이른바 고립청년은 2년 만에 20만 명 가까이 늘어나 전체의 5%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앵커]
사회구조적인 문제로 받아들이고 대응할 필요가 있다는 뜻이겠군요.
[기자]
네, 2000대초부터 묻지마 범죄가 심각한 사회문제로 떠올랐던 일본은 근본 원인을 절망과 고독이라고 진단했는데요, 전국 곳곳에 은둔형 외톨이 지원센터를 두고 정부가 관리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정부 지원 기관이 이제 막 생기기 시작한 단계입니다.
이윤호 / 고려사이버대학 경찰학과 석좌교수
"정신질환의 문제라면 공중보건의 문제고 또 사회적 박탈과 좌절의 문제라면 사회 복지와 경제적인 문제이고 그러면 복지와 공중보건과 경찰을 비롯한 사법형사 정책, 이 세 가지 기능이 통합돼서 총체적인 접근을 해야지…."
[앵커]
당장 어떻게 처벌할 것인가 보다는 좀 긴 호흡으로 문제를 바라보고 근본적인 대책을 고민할 때가 된 듯 하군요.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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