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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의 '야간 열차'…언제 어떻게 파악?

  • 등록: 2023.09.11 21:08

  • 수정: 2023.09.11 21:13

[앵커]
예상대로 김정은 위원장이 러시아 방문길에 나섰습니다. 코로나 사태 이후 4년여 만입니다. 어젯밤에 출발했는데 당국이 이를 공식화한 건 반나절이 한참 지나서였고, 이동경로와 회담 장소도 아직까진 베일에 쌓여 있습니다. 정치부 김정우 기자에게 김정은의 러시아 방문 숨은 얘기들을 더 들어 보겠습니다. 오늘 아침까지만 해도 출발 한게 맞는지 확실치가 않았는데 기차가 출발하는게 왜 이렇게 확인이 어렵습니까?

[기자]
김정은 전용 열차의 움직임은 거의 실시간 수준으로 파악이 돼왔습니다만, 오늘 오전까지만 해도 정부 어느 기관에서도 이같은 사실을 확인해준 곳이 없었습니다. 북한이 동선 노출을 피하기 위해 야간에 은밀하게 움직이거나 지하터널과 같은 구간을 활용하는 경우가 있어 포착이 어려울 수도 있습니다.

[앵커]
그래도 현재 한미 정보당국의 역량으로 볼땐 열차 이동 상황은 실시간으로 파악됐다고 봐야 겠지요.

[기자]
맞습니다. 그렇다고 봐야 할 겁니다. 다만 김정은이 탔는지, 종착지가 어디인지, 북한의 기만전술은 아닌지, 이런 종합적인 정보 분석과 판단을 거친 뒤 결론을 내렸을 가능성이 큽니다. 정찰위성과 같은 이민트(IMINT) 외에도 감청 정보인 시긴트(SIGINT)나 휴민트 정보까지 동원이 되기 때문에, 김정은 열차가 거의 북러 접경에 다다른 걸 파악했을 거고요, 이 정도면 열차를 통한 방러가 확정적인 시점이 되니까, 여러 경로를 통해 '이동중'이란 사실을 확인해준 걸로 보입니다. 일종의 북러 양측의 공식 발표 직전에 김빼기를 하는 목적도 있습니다.

[앵커]
접경지대에서 오랜 시간 머무르는 셈인데, 특별한 이유가 있습니까.

[기자]
궤도 차이 때문에 열차 바퀴 교체도 해야 하고, 또 워낙 장시간 달려왔기 때문에 차량 점검도 필요할 겁니다. 무엇보다, 위성자산에 그대로 노출되는 낮시간대보다는 야간에 주로 이동하기 때문에 경호 환경도 고려했을 걸로 보입니다.

[앵커]
열차가 느려서 오히려 더 위험할 수도 있을텐데 비행기를 타지 않는 이유는 뭘까요?

[기자]
김정은 전용기 참매-1호가 블라디보스토크까진 갈 수 있습니다만, 운항경로가 노출돼 북한 입장에선 상당히 부담스러울 겁니다. 또 최근 들어 B-1B나 전략핵잠과 같은 미군 전략자산들이 수시로 한반도에 드나든데다, 미국에서부터 김정은 동선을 선제적으로 예고하면서 상당한 압박이 됐을 걸로 보입니다. 열차는 방탄소재에 일부 스텔스 기능까지 갖췄다고 하니 상대적으로 안전한 셈입니다.

[앵커]
크렘린궁에선 김정은-푸틴 두 정상이 동방경제포럼에선 만나지 않는다고 발표했는데, 그럼 어디서 만날까요?

[기자]
김정은의 동방경제포럼 불참은 어느 정도 예상이 된 거였고요. 그러면 회담 장소가 관건인데, 다른 장소에서 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지금 포럼이 진행중인 루스키섬의 극동연방대학이란 장소가 이미 4년 전에 북러정상회담이 열린 곳이고, 경호 통제도 굉장히 용이한 시설이라 포럼 일정과 별개로 장소는 그대로 할 수도 있습니다.

[앵커]
미국은 이미 불법 무기 거래에 대해 강력하게 경고하지 않았습니까? 그래도 강행할까요?

[기자]
정상 차원의 선언이 어느 정도 구체적인 수준으로 나올진 알 수 없습니다만, 공개될 내용보단 물밑 합의가 더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전쟁 중인 러시아로선 북한의 탄약, 포탄, 미사일까지 '물량'이 필요하고, 북한은 이번 기회에 미사일 원자재나 각종 기술을 획득하려고 시도할 겁니다. 다만 일각에서 거론되는 핵잠 기술 이전은 현실성이 떨어지는 것으로 정부는 판단 중입니다.

[앵커]
그러나 이번 거래는 어떤 점에서 보더라도 상당히 위험한 거래임이 분명해 보이는 군요.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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