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저도 깜짝 놀랐습니다. 한국과 중국이 축구경기를 하는데 포털사이트에서 중국을 응원한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다는 기사를 보고요. 이게 대체 어떻게 된 일인지 따져 보겠습니다. 홍혜영 기자, 먼저 무슨 얘기인지 모르는 분들도 있을 테니까 어떤 일이 있었던 건지부터 설명해 주세요.
[기자]
경기를 보면서 포털사이트에서 응원하는 팀을 클릭할 수가 있는데요. 지난 1일 남자 축구 8강전 당시, 다음에서 전반전 종료 후 중국을 응원한 수가 한국 응원 수를 앞질렀습니다. 그러다가 경기가 끝났을 쯤엔 중국 응원 비율이 90%를 웃도는 기현상이 나타났습니다.
[앵커]
다음에서 그랬다는 건데, 네이버는 어땠습니까?
[기자]
네이버는 달랐습니다. 같은 경기 때 네이버 사이트에서는 한국이 압도적인 응원을 받았습니다. 여자 축구 때도 마찬가지였는데요. 지난달 30일 북한에 1대 4로 졌던 8강전 당시 네이버에선 한국을 응원하는 비율이 70%로 북한보다 많았지만 다음에서는 정반대로 나타났습니다.
[앵커]
사실 북한과 경기를 하는데 한국 응원 비율이 70%, 이것도 잘 이해는 안 됩니다. 그런데 대체 왜 이런 일이 벌어진 거죠?
[기자]
다음 측은 참여 방식이 달라서 그런 것 같다고 해명했습니다. 네이버는 응원을 누르려면 로그인을 해야 하지만 다음은 로그인 하지 않고도 횟수 제한 없이 클릭할 수 있어서 의도적으로 숫자를 부풀리기 쉽다는 겁니다. 논란이 커지자 다음 측은 곧바로 해당 서비스를 없앴습니다.
[앵커]
제 생각에는 이렇게 만들어놓은 이유가 오히려 의심스러운데요?
[기자]
네, 그래서 국민의힘은 "중국발 여론조작의 증거"라면서 북한이 개입했을 가능성까지 제기했습니다. 사이버 여론전의 하나라는 건데요. 특히 내년 총선을 앞두고 있어서 관련 제도를 손보겠다며 벼르고 있습니다. 올초 국민의힘은 댓글 작성자의 국적을 표기하도록 하는 법안을 발의했습니다.
[앵커]
그러니까 다시 설명하자면, 중국인들이 축구 보면서 다음에 들어와서 여러 차례 응원 버튼을 눌렀다는 거잖아요? 그리고 그 비율이 90%라는 거고요. 이게 정상적으로 가능한 일입니까?
[기자]
여권에선 그렇게 의심하지만 예단하긴 어렵습니다. 중국인들이 참여한 게 아니라 누리꾼 일부가 장난 삼아 응원 횟수를 늘렸을 수도 있습니다. 다음과 네이버는 중국에서 접속이 차단된 상태인데요. 국내에서 누군가가 자동 입력 프로그램인 '매크로'를 설치했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김승주 / 고려대학교 정보보호대학원 교수
"매크로는 불법이 아니고요. 똑같은 매크로 프로그램을 쓰더라도 각 회사가 어떤 설정 환경에서 그것들을 운영하느냐에 따라서 결과가 또 달라질 수도 있고. 지금 이 정도 정보 갖고 뭐가 잘못됐다 이렇게 얘기하는 것 자체가 좀 문제가 있어요."
[앵커]
어떤 의도였든지 간에 이럴 가능성이 있는 구조를 방치한 포털쪽의 책임도 있다고 봅니다만….
[기자]
맞습니다. 해외 포털 같은 경우 조작이 어렵도록 최대한 장치를 두거나 사용자들에게 미리 공지를 해 사이트의 신뢰도를 관리한다는 게 전문가들 지적입니다.
김명주 / 서울여자대학교 정보보호학과 교수
"포털의 책임 문제인데 어떤 조건에 따라서 지금처럼 여론이 호도될 수도 있고 정확히 나올 수도 있고 하니까 '임의적인 조작이 가능할 수도 있습니다'라는 공지를 사실 해주는 게 맞을 것 같고요."
[앵커]
물론 실무자의 단순 실수를 침소봉대 하는 것일 수도 있지만 우리가 흔히 네이버나 다음을 '공룡'이라고 하지 않습니까? 덩치가 그 정도로 커졌다면 책임 질 줄도 알아야지요.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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