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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K 운용보수 1조원 챙기고 홈플러스는 회생 신청했다

  • 등록: 2025.03.13 11:05

  • 수정: 2025.03.13 11:07

/TV조선 방송화면 캡처
/TV조선 방송화면 캡처

사모펀드 MBK파트너스가 홈플러스를 인수하는 데 활용한 펀드 운용으로 1조원 안팎의 성과 보수를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MBK의 기습적인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 신청으로 국내 대형마트 2위인 홈플러스는 나락으로 떨어졌으나 대주주인 MBK는 막대한 수익을 올렸다.

MBK는 하지만 아무런 자구책 없이 기습적으로 기업회생을 신청했다.

MBK는 지난 2015년 홈플러스를 인수할 때 3호 블라인드펀드에서 3조2천억원을 조달했다.

인수금융(차입금)과 홈플러스의 기존 부채를 포함한 전체 인수 비용 7조2천억원 가운데 44%에 이르는 액수다.

3호 펀드는 홈플러스 외에도 오렌지라이프(옛 ING생명), 두산공작기계, 네파, 대성산업가스, 일본의 아코디아 넥스트 골프, 홍콩브로드밴드네트워크(HKBN) 등을 인수하거나 투자하는 데도 활용됐다.

MBK는 아코디아 넥스트 골프를 1조원에 인수해 4조원에 팔아 3조원의 차익을 남겼다.

두산공작기계는 1조1,300억원을 투자해 1조원 이상의 매각 차익을 거뒀다.

오렌지라이프도 지난 2013년 인수 수 2018년 신한금융지주에 매각하기까지 2조원이 넘는 수익을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9월 말 기준 3호 블라인드펀드의 내부수익률(IRR)은 28%대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손익이 실현되지 않은 홈플러스와 네파에서 손실이 확정된다고 해도 3호 블라인드 펀드의 전체 IRR은 최소한 15% 이상일 것으로 시장에서는 보고 있다.

MBK가 3호 블라인드펀드를 운용하면서 챙긴 보수도 적지 않다.

MBK는 지난해 9월 말 기준 운용 보수로 2억5천만달러(현재 환율로 약 3,630억원), 성과 보수로 5억3천만달러(약 7,695억원)가량을 받은 것으로 파악됐다.

합계 1조1,325억원으로 11년간 연평균 1천억원이 넘는다.

운용 보수는 펀드가 청산되지 않아 지금도 정기적으로 수령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성과 보수의 경우 통상 전체 15∼20%를 유보액으로 남겨둔다는 점을 감안해도 최소 1조원 안팎의 보수를 받은 것으로 추정된다.

홈플러스가 MBK의 경영 실패로 핵심 점포가 매각되고 손실이 누적되는 와중에도 정작 MBK는 관련 펀드 운용으로 천문학적인 수익을 챙기고 있었던 셈이다.

이 때문에 아무런 자구 노력을 기울이지 않고 기습적으로 홈플러스의 기업회생을 신청해 직·간접 고용인원 3만명은 물론 1만여개 납품사 및 외부 임대매장점주, 개인투자자들부터 돈을 빌려준 금융기관까지 모두 위기에 빠뜨린 MBK에 대한 비난의 강도도 그만큼 높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신용등급 강등 이후 잠재적 금융 이슈에 대한 선제적 조치를 표면적인 이유로 내세우며 기업회생을 신청한 것부터 정상적이지 않다"며 "한 푼도 손해 보지 않으려는 MBK의 '대국민 기만극'이자 '모럴 해저드'(도덕적 해이)의 극치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했다.

홈플러스 유동화 전자단기사채(전단채) 피해자 대책위원회도 전날 진행한 첫 집회에서 김병주 MBK 회장을 겨냥해 "자구책 마련은 뒷전이고 서둘러 회생 신청을 해 부채를 단번에 털고 '먹튀 행각'을 벌이려던 것"이라고 일갈했다.

업계에선 MBK가 진정 홈플러스 사태의 원만한 해결을 바란다면 지금이라도 3호 블라인드펀드로부터 받은 보수 일부를 내놓는 등 자구책을 내놔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홈플러스가 매달 정산하는 상거래 채권 규모는 5천억원 수준이다. 여기에 임직원 급여로 매달 560억원, 외부 임대매장에 대한 매출 정산액으로 월 500억∼700억원이 소요된다.

홈플러스가 매달 거두는 2천∼3천억원대 매출로는 이를 돌려막기가 빠듯한 상황이다.

투자금융업계 한 관계자는 "현재로선 홈플러스의 자력 회생이 쉽지 않은데 MBK는 거액의 수수료를 챙겼지만, 납품기업과과 금융기관, 임직원, 점주 등 우리 국민만 피해를 보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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