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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져보니] "오전 야외활동도 위험"…역대급 온열질환, 대처법은?

  • 등록: 2025.07.12 오후 19:23

  • 수정: 2025.07.12 오후 19:42

[앵커]
이처럼 더위를 피하기 위한 다양한 노력을 그저 하나의 트렌드라고만 바라볼 수 없는 이유는, 온열질환자 발생 등 폭염 피해가 급증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재난급 폭염에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박재훈 기자와 따져 보겠습니다.

박 기자, 올여름은 시작부터 정말 덥습니다. 고온에 노출돼 건강에 이상에 생긴 온열질환자 수가 지난해와 비교해도 크게 늘었죠?

[기자]
올여름은 장마가 일찍 끝나고 극한폭염이 빨리 시작됐죠. 덩달아 온열질환자 발생 추세도 역대 최고 수준인데요. 지난 8일 1200명을 넘어서며 가장 빨리 1000명을 돌파한 기록을 세웠고요. 10일 현재 1440명, 사망자는 9명으로 작년보다 약 3배나 많습니다.

[앵커]
아무래도 야외에서 일하시는 분들이나 고령자들이 더 위험하겠죠?

[기자]
그렇습니다. 질병청의 온열질환 통계를 분석해 봤는데요. 10명 가운데 8명꼴로 야외에서 환자가 발생했고, 장소는 야외 작업장과 논밭이 절반을 넘었습니다. 사망자의 경우 고령자 비율이 높은데요. 최근 통계상으론 3명 가운데 2명은 60세 이상이었습니다. 논·밭에서 쪼그리고 앉아 머리 위로 내리쬐는 햇빛과 땅바닥에서 올라오는 지열을 동시에 받게 되기 때문입니다.

안윤진 / 질병관리청 기후보건·건강위해대비과장
"작업하시는 시간 내내 직접적으로 폭염에 노출되는 것이 가장 큰 이유라고 볼 수 있습니다. 조치하지 않으면 열사병에 이르러 생명이 위험할 수도 있습니다."

[앵커]
보통 하루에 가장 무더운 시간은 정오에서 오후 2-3시까지 일 텐데, 오전 시간대에 온열질환 발생이 가장 많았다는 조사결과가 있던데요. 그 이유가 뭘까요?

[기자]
조사 결과를 함께 보시면요. 올해 서울 지역의 온열질환자 44%는 오전 10시에서 정오 사이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고요. 발생 장소도 절반 이상은 길가로 나왔습니다. 알고 보니 이들의 55%가 오전에 마라톤을 뛰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요즘 마라톤 동호회 하시는 분들 많은데요. 운동은 해야겠고, 땡볕은 피해야겠고, 그러다 보니 오전에 달리기에 나선 거죠. 하지만 한여름엔 오전에도 달리기 같은 고강도 운동은 위험할 수 있습니다.

[앵커]
운동은 자제할 수 있지만 배달이나 건설 근로자들은 일을 쉴 수는 없을 텐데요. 온열질환 피해를 줄이는 방법은 뭔가요?

[기자]
어제 정부가 폭염 속에 일하는 노동자에게 휴식시간을 보장하도록 의무화했습니다. 다음주부터 체감온도가 33도를 넘으면 2시간마다 20분 이상 의무적으로 쉬어야 합니다. 일반적으론 오후 2시에서 5시 사이엔 가급적 야외 활동을 자제하고 커피 대신 물이나 이온음료로 수분과 전해질을 보충해 주는 게 좋습니다. 특히 고령층과 어린이들은 체온조절 능력이 약한 만큼 주변에서 잘 살펴봐야 합니다.

강재헌 / 강북삼성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특히 농사를 짓는 분들은 대부분 온열질환으로 사망하는 분들을 보면 혼자 작업을 할 때입니다. 피치 못하게 나가서 작업을 할 때는 반드시 2인 이상이 같이 일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누군가 무더위에 힘들어한다면 일단 시원한 곳에서 물을 마시게 하고 필요한 경우 의료진의 도움을 받아야 하는데요. 만일 환자가 의식이 없다면 119 구급대부터 부르는 것이 먼저입니다. 의식 없는 환자에게 억지로 물을 마시게 하면 기도로 넘어갈 수 있어 금기사항입니다.

[앵커]
지구온난화의 심각성이 피부로 와닿는 단계가 됐는데, 갈수록 더 더워지는 여름을 무사히 나기 위한 사회적 논의가 필요한 때 같습니다. 박 기자,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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