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정치 현안에 한발 더 들어가 궁금증을 풀어드리는 '정치 더' 시간입니다. 조선일보 배성규 정치에디터 나오셨습니다. 안녕하세요. 오늘 다룰 주제는 뭔가요?
[배성규 정치에디터]
예, ‘의원과 보좌관의 일방적 갑을관계’ 입니다.
[앵커]
보좌관 갑질 논란을 빚는 강선우 후보자에 대해 대통령이 청문보고서 재송부를 요청했습니다. 부정적 여론에도 임명을 강행하는 이유는 뭔가요.
[배성규 정치에디터]
일단 강 후보자에 대한 대통령 신임이 큽니다. 또 여성에 현역 의원입니다. 현역 불패 신화를 깨면 곤란하다는 기류가 있습니다. 강 후보자도 강하게 버티며 구명을 요청하고 있는데요. 사퇴하면 다음 공천이 위험해지고 정치적 사망 선고를 받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민주당 지도부도 임명 강행 의견을 대통령실에 냈다고 합니다. 개인적 친분뿐 아니라 동병상련 의식도 작용한 것으로 보입니다. 현역 의원이란 동료 의식, 나도 갑질에서 자유롭지 않다, 강선우를 낙마시키면 내게도 불똥이 튈 수 있다는 것이죠.
[앵커]
국회 보좌관들은 어떤 반응입니까.
[배성규 정치에디터]
민주당 의원 보좌진 모임인 민보협은 강 후보자 임명에 강하게 반대하고 있습니다. 보좌관들의 익명 페이스북인 '여의도 옆 대나무 숲'에는 울분을 토하는 글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강이 그냥 임명되면 앞으로 의원들이 얼마나 더 갑질을 하겠느냐" “더 큰 화풀이를 당할까 걱정된다”고 합니다. 일부 보좌진은 민주당 의원을 겨냥해 "그동안 갑질한 것에 사과하라. 아니면 각종 갑질을 공개하겠다"는 글도 올렸습니다. 강 후보자 인선 문제가 의원·보좌관 간 전쟁으로 번지는 분위기입니다.
[앵커]
의원들은 보좌관들과 동지관계라고 했는데 실제로는 어떻습니까.
[배성규 정치에디터]
의원들은 "가까우니까 가끔 심부름도 시킨다" "자발적인 것이다"고 하는데요. 보좌관들 말은 전혀 다릅니다. 어떻게 동지한테 온갖 갑질을 다 하느냐는 겁니다. 동지가 아니라 '노복'이라고도 합니다. 개인적인 잡일, 집안일, 귀찮은 민원까지 다 시킨다고 합니다. 하물며 의원 사모님의 심부름과 개인 비서 역할까지 하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또 보좌관은 파리 목숨입니다. 의원 말 한마디면 하루 아침에 잘립니다. 비서가 하도 자주 바뀌어서 얼굴도 기억 못할 정도라는 말이 나옵니다. 일반 직장에선 근로기준법의 보호를 받지만 국회는 아닙니다.
[앵커]
국회의원의 특권 의식과 갑질이 전혀 달라지지 않는 건가요?
[배성규 정치에디터]
오히려 예전보다 더 심해졌다고 합니다. 전에는 의원이 직접 불러서 미안하다면서 해고 통보를 했는데요. 요즘은 비대면으로 자른다고 합니다. 얼굴 보고 말하기도 싫으니 국회 사무처를 통해 일방적으로 해고 통보를 전한다는 겁니다. 행정부에 대한 갑질도 심해지고 있습니다. 입법부 우위 현상으로 장차관들도 의원들에게 꼼짝 못합니다. 부처 국장급은 의원실에 수시로 불려다닙니다. 국회의원이 그야말로 '수퍼 갑'입니다. 강 후보자는 5년 전 직장내 괴롭힘 처벌법을 발의했는데요. 정작 본인 잘못은 외면한 것이죠.
[앵커]
역대 정권이 인사 문제로 위기를 맞곤 했는데 현 정부는 역풍을 피해갈 수 있다고 여기는 건가요?
[배성규 정치에디터]
대통령실과 여당 내부에선 걱정이 많습니다. 강 후보자를 일찍 손절했어야 하는데 타이밍을 놓쳤다는 겁니다. 지금 뒤늦게 강 후보자를 자르면 다른 장관 후보자, 후속 인선에도 차질이 생길 수 있으니 강행할 수 밖에 없다는 겁니다. 지지율 상승세가 약간 꺾였지만 그래도 60%대니 아직 괜찮다는 판단이 깔려 있습니다. 하지만 여권이 가장 믿는 구석은 국민의힘입니다. 야당이 쇄신도 못하고 윤석열의 늪, 전한길 논란에 빠져 있는 한 아직 걱정할 게 없다는 얘기입니다. 국민의힘이 민주당의 가장 큰 힘이 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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