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강선우 의원의 장관직 낙마 과정에서 국회의원 갑질 문제가 또 다시 불거졌습니다. 의원과 보좌진은 '주종 관계'라는 말까지 나오는데.. 왜 이런 행태가 반복되는 건지, 개선 방안은 없는 건지 신유만 기자와 따져보겠습니다. 신 기자, 보좌진을 대상으로 한 갑질 문제 왜 끊이질 않는 겁니까?
[기자]
국회에서는 의원실을 흔히 10명짜리 중소기업이라고 부릅니다. 각 의원실에는 4급 보좌관에서부터 9급 비서관, 인턴비서까지 총 9명의 보좌진이 있는데, 이 사람들에 대한 임면권을 의원이 자유롭게 행사할 수 있는 외부로부터 독립된 섬 같은 구조입니다. 생사여탈권이 의원 한 사람에 달려 있기 때문에 부조리를 쉽게 고발할 수 없는 폐쇄적인 분위기입니다.
[앵커]
언론에 보도되는 특정 사례들이 과도하게 부풀려진 건 아닐까요? 실제로 갑질이 많습니까?
[기자]
국회사무처가 2023년에 보좌진을 포함한 모든 국회 근무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 결과가 있습니다. 성희롱과 괴롭힘, 차별 등 인권 침해를 겪은 응답자가 전체의 48.4%에 달했고, 피해자 중 62.4%가 알리지 않고 참았다고 답했습니다. 익명의 한 보좌관은 이 통계에 대해 "숫자로 나타난 건 빙산의 일각"이라며 "한 의원실을 나와도 다른 의원실에 재취업해야 해서 의원과 척질 수 없다"고 토로했습니다.
[앵커]
그런데 직원을 해고하는 게 이렇게 쉬울 수 있나요? 일반 기업에서는 상상하기 어려운 일인데요.
[기자]
근로기준법에는 해고를 쉽게 할 수 없도록 하는 많은 장치가 있습니다. 하지만 보좌진은 별정직 공무원이라 근로기준법이 아닌 약칭 국회보좌직원법이라는 법률을 적용받습니다. 예전에는 보좌진의 고용 안정성을 보장하는 장치가 사실상 없었는데, 2022년에 그나마 해고 30일 전 통보 의무가 생겼습니다. 하지만 대부분 의원실이 해고가 아닌 보좌관이나 비서관 본인이 퇴사하는 형식을 취하기 때문에 유명무실하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일부 별정직 공직자들이 1년 내지 2년 임기를 보장받는 것과 달리 최소 임기 개념도 없습니다.
[앵커]
문제가 많군요. 해외에서는 어떻게 하고 있습니까?
[기자]
북유럽의 스웨덴 의회는 국회의원에게 소속된 보좌진이 없습니다. 대신 정당이 정책보좌관이나 행정 직원을 채용해서 필요 시 소속 의원을 지원하는 형태입니다. 미국은 1995년에 만든 '의회 책임법'을 포함해 보좌진 보호 장치를 다각도로 운영하고 있습니다.
김형준 / 배재대 석좌교수
"(법안에) 괴롭힘에 대한 규정이 들어가 있어요. 괴롭힘에 대해서는 형사 소송도 걸 수 있고. 미국 의회의 윤리 매뉴얼이 한 480쪽 정도 돼요. 상세하게 의원들의 행위에 대해서 규제하게끔…."
[앵커]
우리 실정에 맞는 대안이라면 어떤 게 있을까요?
[기자]
의원들이 제일 두려워하는 건 다음 선거 공천입니다. 갑질로 인해 언론 보도가 되거나 고충 센터로 신고가 많이 들어온 의원에게 공천 심사 때 불이익을 줘야 한다는 주장이 나옵니다.
윤태곤 / 더모아 정치분석실장 (보좌관 출신)
"조직들도 상호 평가가 있지 않습니까? 지속적으로 신고가 들어온다는 게 그게 바로 세평(世評)인 거잖아요. 세평을 체계화하는 것 정도가 제도적 보완점일 것 같아요."
보좌진이 퇴직할 때 국회사무처가 익명 인터뷰를 해서 위험 의원실에 대한 정보를 사전에 파악하고, 당과 국회 윤리위에 제소할수 있도록 하자는 아이디어도 보좌진들 사이에서 나왔습니다.
[앵커]
제도적인 것도 중요하지만 이번 일을 계기로 수평적인 의원실 문화가 정착됐으면 좋겠네요. 신 기자,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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