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정치 현안에 한발 더 들어가 궁금증을 풀어드리는 '정치더' 시간입니다. 조선일보 배성규 정치에디터 나오셨습니다. 안녕하세요. 오늘 다룰 주제는 뭔가요?
[배성규 정치에디터]
'李 대통령의 칭송 외교' 입니다.
[앵커]
회담 직전 트럼프 대통령의 SNS 글 때문에 불안감이 컸는데 의외로 화기애애한 분위기였죠. 이유가 뭔가요.
[배성규 정치에디터]
이 대통령은 회담의 절반 이상을 김정은과 북한 문제에 할애했습니다. 김정은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관심이 유난히 높고요. 우리가 주도할 수 있는 주제이기 때문입니다. 이 대통령은 "트럼프 1기 때 미북 관계가 좋았는데 이후 상황이 나빠졌다. 이 문제를 풀 유일한 인물이 트럼프"라고 했습니다. "김정은과 만나 북한에 트럼프월드를 지어서 골프를 칠 수 있게 해달라"고도 했습니다. 이 말을 들은 트럼프가 흐뭇하게 웃었고, 긴장됐던 회담 분위기도 확 풀렸습니다. 트럼프는 김정은과 담판을 통해 북한에 트럼프 리조트를 지으려 합니다. 골프도 아주 좋아합니다. 상대가 관심있는 일, 듣고 싶어하는 말을 통해 기류를 반전시킨 겁니다.
[앵커]
이 대통령이 트럼프를 피스메이커라고 추켜세운 것도 같은 이유겠군요.
[배성규 정치에디터]
네, 트럼프 대통령은 노벨평화상을 받고 싶어 합니다. 이 대통령이 그 마음을 정확히 저격한 겁니다. "유럽과 아시아 아프리카 중동의 여러 전쟁이 트럼프의 역할로 휴전하고 평화가 찾아왔다"고 했죠. 또 "한반도 평화의 길을 열고 세계사적인 피스메이커 역할을 해달라"고도 했습니다. 트럼프는 평화의 전도사로 띄우고, 자신은 이를 돕는 페이스메이커로 낮춘 겁니다.
[앵커]
트럼프가 우려하는 문제에 대한 답도 줬죠.
[배성규 정치에디터]
맞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과거사 때문에 한일이 잘 지내기 어렵느냐"고 물었는데요. 한일 관계 때문에 한미일 협력이 차질을 빚는 것을 우려한 것입니다. 그러자 이 대통령은 "미국 오기 전에 일본과 만나서 걱정하는 문제를 다 정리했다"고 했습니다. 그동안 트럼프는 한국의 '안미경중', 즉 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에 두는 양다리 노선에 부정적이었는데요. 이 대통령은 "더 이상 과거처럼 안미경중 할 수 없다"고 했습니다. 미국 편에 서겠다는 뜻이죠. 트럼프가 "중국을 같이 가자"고 하자 곧바로 그러자고 했습니다. 싱크료율을 대폭 높인 겁니다.
[앵커]
트럼프 대통령이 특히 칭찬과 아부에 약하다고 하죠.
[배성규 정치에디터]
예, 트럼프는 자기 뜻에 따르며 비위를 맞추면 좋아하지만, 맞서면 상대를 때리고 망신줍니다. 트럼프와 맞섰던 우크라이나 남아공 대통령은 심한 홀대를 받았습니다. 깡패 외교, 벼랑끝 외교를 해온 김정은도 트럼프에게는 깍듯하게 '각하'라고 존칭을 쓰고 '훌륭한 리더'라고 아부했습니다. 아베 전 총리도 금장 드라이버를 선물하며 마음을 얻었습니다. 이 대통령은 트럼프가 관심을 보인 서명용 만년필을 즉석에서 선물하고 마스가의 상징인 거북선, 카우보이 마가 모자도 선물했죠. 정치적으론 아부가 나쁘지만, 외교에선 상대의 마음을 얻는 기술입니다. 호감을 얻고 관계를 강화해 국익을 챙기는 겁니다. 그런 면에서 이번 회담은 칭송 외교의 성공 사례가 될 것 같습니다.
[앵커]
이번 정상회담에 대한 반응과 평가는 어떤가요.
[배성규 정치에디터]
이번 회담은 이재명 외교의 시험대였습니다. 통상 경제 안보 전 분야에서 동맹을 재설정하는 자리였죠. 친중이라는 의심도 불식해야 했습니다. 그 첫 허들은 일단 넘었다는 평가입니다. 트럼프와 신뢰를 쌓는 계기도 됐습니다. 외신에서도 "이 대통령의 전략이 효과적이었다"고 평가했습니다. 하지만 북한 비핵화나 주한미군 재조정, 국방비 증액, 관세와 대미 투자 기금 등 핵심 현안에 대해선 구체적 합의가 없었습니다. 상견례는 통과했지만 본안은 여전히 남아있습니다. 트럼프의 후속 청구서가 언제 날아들지 모르니 안심하긴 이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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