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미국 워싱턴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강연에서 “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는 이른바 ‘안미경중(安美經中)’ 노선은 더 이상 유지될 수 없다고 언급한 데 대해, 중국 관영 환구시보가 정면으로 반발하고 나섰다.이 대통령은 지난 25일(현지시간) 강연에서 “과거 한국은 미국이 중국을 강하게 견제하기 전까지는 안미경중 노선을 유지했지만, 미·중 경쟁이 격화되고 공급망이 재편된 지금은 더 이상 가능하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은 미국의 전략적 판단에서 벗어나기 어렵다”면서도 “지리적으로 가까운 중국과의 관계는 유지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환구시보는 27일 사설에서 “안미경중을 ‘과거형’으로 규정하고 ‘별다른 선택지가 없다’는 구실로 미국에 더욱 종속되는 것은 한국의 국가 이익을 스스로 제약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신문은 “미국의 대중 억제 전략은 자국의 패권 유지를 위한 것이지, 동맹국의 안보와 경제 이익을 위한 것이 아니다”라며 “한국이 미국의 반중 정책을 무비판적으로 따를 경우, 경제적 손실뿐 아니라 안보도 불안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환구시보는 또 “안미경중 노선은 현실적 선택이었고, 중한 관계는 제3자에 의해 제약받아서는 안 된다”며 “사드(THAAD) 배치로 양국 관계가 심각하게 훼손된 전례를 잊지 말아야 한다”고 경고했다.

이어 “만약 한국이 반도체·공급망 문제, 대만·남중국해와 같은 중국 핵심 이익 사안에서 미국 편에 서게 된다면, 이는 곧 한국 국운을 위험한 전차에 매다는 것과 같다”고 강조했다.

신문은 “중국은 한국의 가장 큰 무역 파트너이자 최대 수출·수입 시장”이라고 지적하며 “미국조차 중국과의 갈등 속에서도 협력 공간을 남겨두고 있는데, 한국이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단일 선택지’만 고집하는 것은 자국 이익을 저버리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환구시보는 “한국 새 정부가 정치적 지혜와 전략적 안목을 보여줘야 한다”며 “한중 관계는 단순한 선택 문제가 아니라 반드시 풀어야 할 필수 과제”라고 압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