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정치 현안에 한발 더 들어가 궁금증을 풀어드리는 '정치더' 시간입니다. 조선일보 배성규 정치에디터 나오셨습니다. 안녕하세요. 오늘 다룰 주제는 뭔가요?
[배성규 정치에디터]
예 '유엔 외교 설왕설래' 입니다.
[앵커]
이재명 대통령의 첫 유엔 데뷔 무대인데요. 이번 유엔 외교의 핵심 포인트는 뭔가요.
[배성규 정치에디터]
계엄과 탄핵 사태로 혼란을 겪은 한국이 국제 외교 무대에 정상 복귀했음을 알리는 의미가 있습니다. 이 대통령은 유엔 총회 연설을 했고 안보리 회의도 처음 주재했습니다. 북한 핵 문제와 관련해 E.N.D 즉 교류-관계정상화-비핵화를 통한 냉전 종식이란 해법을 제시했습니다. 또 AI를 새끼 호랑이에 비유하며 책임있는 이용을 강조했습니다. 관세협상 타결과 한미 관계 강화를 위한 우호적 환경을 조성하는 목적도 컸었습니다. 미국 정관계 인사들을 잇따라 접촉한 것도 이 때문입니다.
[앵커]
그런데 이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 주최 만찬에 불참했는데 이유가 뭔가요.
[배성규 정치에디터]
미 오피니언 리더들과 행사가 이미 잡혀있었다고 합니다. 트럼프 만찬은 필참이 아니라 원하는 사람만 참석하는 자리였고요. 만찬에 가도 트럼프 대통령과는 10~20초 인사하는 정도라 큰 의미가 없었다는 겁니다. 그럴 바엔 오피니언들 만나서 우리 입장 설명하는 게 낫다는 얘기입니다. 트럼프와 만났을 때 왜 관세 협상 빨리 안하느냐고 돌발적 발언을 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작용한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일본 호주 등 145개국 정상과 대표들이 참석했고 트럼프 대통령과 짧게 스몰톡도 했습니다. 이 대통령은 이번 유엔 총회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못 만났는데, 만찬장에서 짧게라도 친교의 대화를 하는 게 어땠느냐, 이런 아쉬움이 없지 않습니다.
[앵커]
관세 협상과 관련해 대통령과 총리, 정책실장까지 나서서 문제를 제기했는데요. 협상이 난기류에 빠지는 것 아닌가요.
[배성규 정치에디터]
이 대통령은 베선트 미 재무장관을 만나 상업적 합리성에 따라 협상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미국 뜻대로 투자하고 이익도 미국이 거의 다 가져가는 것에 반대한 겁니다. 김용범 정책실장은 미국이 당초 논의와 판이한 요구를 하고 있다고 했는데요. 한미통화스와프를 반드시 하고, 이익 배분 방식도 바꿔야 한다는 겁니다. 김민석 총리는 비자 문제 해결이 안 되면 진전이 어렵다고 했습니다. 물론 미국 요구가 무리하고 불합리한 점은 분명히 있습니다. 하지만 대통령과 총리, 실장까지 잇따라 나서서 공개적으로 이를 지적하면 한미 간 갈등이 부각될 수밖에 없습니다. 혹여 트럼프 대통령의 반감으로 협상이 엉뚱한 방향으로 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옵니다.
[앵커]
의전 논란도 있었던 것 같아요.
[배성규 정치에디터]
이 대통령이 유엔 연설 전에 외신 앞에서 짧막한 성명을 발표했는데요. 당초 한 문장, 한 문장 순차 통역을 하기로 했는데, 잘못해서 이 대통령이 성명을 한번에 다 읽었습니다. 그래서 통역 전에 대통령과 참모들이 회의장에 들어가 버리고 통역만 남는 상황이 벌어졌습니다. 유엔 총회장의 멜라니아 여사 옆자리에 김혜경 여사가 왜 없었느냐는 얘기도 나왔는데요. 알고 보니 멜라니아 여사 주최 리셉션에 참석하느라 김 여사가 올 수가 없었다고 합니다.
[앵커]
이번 유엔 외교를 통해 기대했던 성과를 거두고 있나요.
[배성규 정치에디터]
첫 유엔 무대 데뷔 자체는 성공적이었습니다. 그런데 관세와 북핵 문제는 평가가 엇갈립니다. E.N.D 전략은 교착된 북핵 해결을 위한 현실적 접근법이라는 평가와 함께 북핵을 용인하는 결과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옵니다. 김정은이 우리와 상종도 하지 않겠다, 비핵화는 없다고 하는데 교류-관계정상화와 비핵화가 가능하겠느냐, 앞뒤가 바뀐 것 아니냐는 지적이 있습니다. 더 급한 문제는 관세인데요. 미국의 요구가 무리한 건 맞지만 대통령과 총리가 나서서 이를 부각시킬 필요가 있었느냐, 협상 전략 측면에서 반드시 좋은 건 아니지 않느냐는 지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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