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전체

[뉴스 더] 뒷북 대응에 책임 공방까지…변한 게 없는 리스크 관리

  • 등록: 2025.09.29 오후 21:30

  • 수정: 2025.09.29 오후 21:37

[앵커]
IT 강국을 자처하던 나라의 정부 전산망이 화재 한 번에 마비되는 어이없는 사태가 나흘째 이어지고 있습니다. 정상 복구까지는 한 달 넘게 걸린다고 하는데, 정치권에서는 책임 소재를 놓고 공방만 벌이고 있습니다. 사태가 이렇게 커진 이유는 뭔지, 산업부 박상현 기자와 함께 더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박 기자! 화재 원인을 조사 중인데, 아직 의견이 분분한 것 같아요?

[기자]
네, 앞서 보신 것처럼 노후된 배터리가 원인이냐 작업자의 실수냐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불이 난 상황을 살펴보면 일단 배터리를 이동하는 작업 현장에 정작 배터리 제조사나 납품업체 등 배터리 관련 전문가는 없었습니다. 업계에선 리튬이온 배터리의 경우 전원을 차단하고 전선들을 분리해야하는데, 그 부분이 지켜졌는지 조사가 필요하다고 말합니다.

[앵커]
이번 화재는 지난 2022년 카카오 화재와 비슷한 점이 많다고들 하는데, 복구 시간은 훨씬 더 걸릴 것 같아요. 이유가 뭡니까?

[기자]
네, 카카오 화재 때는 10시간 만에 일부 서비스가 재개됐고, 모든 서비스가 복구되는 데 5일 7시간이 걸렸습니다. 이번엔 완전 복구에 한달 이상 걸릴 것으로 예상되는데요. 일단 피해 규모가 다릅니다. 카카오는 10시간 만에 불을 끈 반면, 이번 화재는 완진까지 22시간이나 걸렸습니다. 또 이번 화재로 중단된 정부 업무 시스템이 600개가 넘는 데다, 민감한 데이터들이 많다 보니 시스템을 재가동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릴 수밖에 없습니다.

[앵커]
지난 2022년 카카오 데이터센터 화재 이후에도 이런 중요한 국가망에 아무런 대비가 없었던 건가요?

[기자]
카카오 데이터센터 화재 이후 정부는 전산망이 한꺼번에 소실돼도 3시간 내 복구할 수 있는 시스템이 갖춰져 있다고 호언장담 했습니다. 그런데 이번 화재로 허언이었다는 게 드러나고 말았는데요, 가장 기본적인 이유로는 이중화 부족이 꼽힙니다. 쉽게 말해 쌍둥이처럼 운영할 수 있는 백업 시스템을 만들어 놓아야 하는데, 국정자원 대전 본원에서 관리하는 총 647개 시스템 중 단 25개만 재해복구 백업 시스템을 갖추고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앵커]
이런 일이 벌어질 때마다 책임 회피와 뒷북 대응이 반복되서 비난을 받았는데, 이번에도 비슷한 것 같아요.

[기자]
네, 맞습니다. 노후배터리 문제만 하더라도, 사고 직후 LG CNS측이 지난 6월 배터리 교체를 권고했다고 주장했는데, 국정자원원장이 처음엔 그런 사실이 없다고 반박했었습니다. 그런데 하루만에 그런 권고가 있었지만 교체할 정도까지는 아니었다고 말을 바꿨습니다. 그러면서 뒤늦게 "앞으로 사용기한이 지난 배터리를 무조건 교체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감사원도 당초 내일로 예정돼 있었던 행정전산망 운영실태조사 결과 발표를 전산망 마비를 이유로 미루려다가 항의가 일자 오늘 앞당겨 발표했습니다. 노후 장비 문제와 대규모 장애 위험이 있다는 내용인데, 위험을 알면서도 그동안 뭐했느냐는 비판이 나올 걸 의식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옵니다.

[앵커]
정치권에서도 이번 화재를 놓고 책임 공방을 벌이고 있네요?

[기자]
네, 먼저 이번 사고에 대해서 이재명 대통령은 최고 책임자로서 송구하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도 대책을 세웠어야 했는데, 대비책이 없었다며 전 정권에게 책임을 돌리는 발언을 했습니다. 민주당도 지난 정부가 예산을 제대로 수립하지 못해 서버 이중화에 실패하면서 화재가 났다며 전 정권을 겨냥했습니다. 야당인 국민의힘은 이번 사태를 총체적인 무능이 빚은 참사라고 비판했습니다. 그러면서 책임자와 행정안전부 장관의 사퇴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앵커]
정부와 여당이 민간 분야에서 발생한 중대 사고에 대해서 강경한 입장을 보이고 있는데, 정작 정부 내에서 벌어진 사고에 대해서는 책임을 돌리는 듯한 모습을 먼저 보이는 것 같아서 씁쓸한 기분입니다. 아무쪼록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근본적인 대책이 마련됐으면하는 바램입니다. 박 기자! 잘 들었습니다. 

Copyrights ⓒ TV조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