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그렇다면 어제 나경원 의원의 필리버스터는 우원식 의장 말처럼 '의제와 상관없는' 거였을까요? 만약 그렇다면 발언을 중지해도 되는 걸까요? 필리버스터 발언 내용의 범위는 어디까지 허용될 수 있는지, 기준은 있는 건지 신유만 기자와 따져보겠습니다. 신 기자, 어제 나 의원 필리버스터 발언 내용이 구체적으로 뭐였습니까?
[기자]
나 의원 필리버스터는 가맹사업법 개정안 처리를 앞두고 시작됐습니다. 주된 발언 내용은 민주당의 사법개혁안에 대한 반대와 패스트트랙 제도 문제 지적 같은 것들이었습니다. 나 의원은 언론에 "가맹업법이 패스트트랙으로 진행되며 충분히 토론되지 않았다"면서 관련이 없지 않다고 주장했습니다.
[앵커]
그런데 필리버스터 발언 내용에 제한 규정이 있는 겁니까?
[기자]
국회법 102조에 따르면 의원은 의제와 관계없는 발언을 하지 못 하도록 돼 있습니다. 그런데 '의제와의 관련성'이라는 게 굉장히 모호한 부분인데요, 2016년 2월 시작된 테러방지법 반대 필리버스터 때 당시 이석현 국회부의장은 "간접적인 관련성을 갖는 부분까지도 확대해서 생각하자"고 주장했습니다.
하상응 / 서강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발언하는 내용이 상정된 의안이랑 관련이 있는 것이냐 없는 것이냐라는 거는 그야말로 의장의 주관적인 판단이기 때문에 이걸 명확하게 나누기는 좀 어려운 부분이 있어요."
[앵커]
그 때 구체적으로 어떤 일이 있었습니까?
[기자]
당시 논의된 테러방지법은 새누리당이 주도했고 민주당은 그걸 막아야 하는 입장이었습니다. 이 때 최민희 의원은 헌법 전문과 조지 오웰의 소설 '1984'를 낭독했고요, 박영선·은수미 당시 의원은 사전 선거운동을 했다는 비판을 받았는데 직접 들어보시죠.
박영선 / 당시 더불어민주당 의원 (2016년 2월)
"4월 13일 총선에서 야당을 찍어주십시오. 야당에게 과반 의석을 주셔야..."
은수미 / 당시 더불어민주당 의원 (2016년 2월)
"더불어민주당 성남 중원에서 예비후보로 등록하고 활동하고 있는 은수미입니다."
[앵커]
최근 사례도 있습니까?
[기자]
지난해 방송4법 필리버스터 당시 민주당 추미애 의원이 김건희 여사의 주가조작 의혹을 비난하는 노래를 불렀습니다.
추미애 / 더불어민주당 의원 (지난해 7월)
"12시에 만나요 3300. 둘이서 만납시다 8만 주. 살짝쿵 데이트, 도이치모녀스"
2020년 국정원법 개정안 필리버스터 때 국민의힘 이철규 의원은 문재인 전 대통령이 잘생긴 외모 덕분에 주부들에게 인기가 많다고 말했습니다.
이철규 / 국민의힘 의원 (2020년 12월)
"주부들께서 그나마 (문재인) 대통령님을 지지하는 분들이 있습니다. 왜 그러시냐고 물어보면 대통령께서 잘생겼다는 겁니다."
[앵커]
필리버스터, 외국에선 어떻게 운영하고 있나요?
[기자]
필리버스터의 원조 국가인 미국은 내용이 의제와 상관없어도 무방합니다. 요리책이나 전화번호부, 동화책을 읽은 일도 있습니다. 반대로 우리 국회에서는 필리버스터 주자를 의장이 지정하고 1/5이상이 출석하지 않을 경우 중단시킬 수 있는 이른바 '필리버스터 제한법'이 곧 본회의에 올라올 예정입니다.
정회옥 /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중간에 사실 무엇을 하느냐보다도 필리버스터라는 제도가 있어서 이 소수당의 의견이 존중되고 또 소수당의 목소리가 보장된다는 게 사실 중요하거든요."
[앵커]
무조건 머릿수로 밀어붙이지 말라고 필리버스터를 만든 건데 제도의 취지가 무색해질 수 있다는 걱정이 됩니다. 신 기자,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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