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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져보니] 때아닌 '환단고기' 논란…역사적 진실은?

  • 등록: 2025.12.15 오후 21:40

  • 수정: 2025.12.15 오후 21:47

[앵커]
이재명 대통령이 공식 석상에서 환단고기라는 책을 언급해 며칠째 논란입니다. 터무니없는 유사사학 서적을 거론한 게 부적절하다는 비판이 나왔는데, 이 책 내용이 뭐길래 그러는지 신유만 기자와 따져보겠습니다. 신 기자, 환단고기의 주된 내용이 뭡니까?

[기자]
환단고기는 한민족의 기원이 단군왕검의 고조선 이전에 존재했던 '환국'이라고 주장합니다. 환단고기에 따르면 환국의 건국 연도는 기원전 6만7079년 또는 기원전 7197년입니다. 차이가 무척 많이 나는데 아무튼 그렇게 주장합니다. 환국의 영향권은 서쪽으로는 영국 일부와 스페인, 남쪽으로는 동남아 전역, 동쪽으로는 일본 열도에 미칩니다. 환국은 총 12개국으로 이루어진 제국이었는데, 이 중 하나가 중국이 되고 하나는 수메르 문명을 건설했다는 식입니다.

[앵커]
교과서에서 배운 거랑은 딴판이네요. 근거 있는 내용인가요?

[기자]
이렇게 큰 나라가 그렇게 오래 다스렸는데 유라시아 전역에서 발견된 유적이나 문헌 증거는 아직 없습니다. 기원전 6만7000년은 현생 인류와 경쟁했던 네안데르탈인이 아직 살아있던 까마득한 과거입니다. 기원전 7000년은 신석기시대입니다. 이제 막 인류가 아프리카 밖으로 진출해 농업혁명이 각지에서 시작되던 시기입니다. 세계 각지에서 국가는 청동기 때부터 등장했습니다. 환국의 인구는 기원전 1600년대에 1억 8000만 명이었다고 쓰여 있는데 학계가 추정하는 기원전 1600년의 전세계 인구는 아무리 많아도 1억 명이 안 됩니다. 환국은 기원전 3000년대에 철기 문명을 이룩했다고도 돼 있는데 이것도 연대가 맞지 않습니다.

[앵커]
이런 허황된 이야기를 누가 언제 쓴 겁니까?

[기자]
1979년에 이유립이란 사람이 출간했습니다. 이유립은 1920년쯤 스승인 계연수가 저술한 환단고기를 전수받아서 "60년 후에 공개해달라"는 유지를 받고 펴냈다고 주장합니다. 학계는 환단고기를 거짓된 역사서, '위서'로 판단합니다.

최광식 / 고려대 사학과 명예교수
"일종의 창작이다, 이렇게 보는 거죠 역사학계에서는. 원본이 없다는 거 그게 제일 핵심적인 거고 그 다음에 내용이 황당하다는 거예요."

[앵커]
이재명 대통령은 왜 이 책을 언급한 겁니까?

[기자]
지난 12일 교육부 등에 대한 업무보고를 받던 중에 이 대통령 본인이 직접 환단고기 논쟁에 대해 말을 꺼냈습니다. 직접 들어보시죠.

지난 12일, 교육부 업무보고 中
"고대 역사 부분에 대한 연구를 놓고 지금 다툼이 벌어지는 거잖아요."
"그러면 여기 동북아역사재단은 고대 역사 연구를 안 합니까?"
"(기본적으로는 문헌 사료를 저희는 중시하고 있습니다) 환단고기는 문헌이 아니에요?"

이 대통령 말은 자칫 환단고기가 학술적 '다툼'의 영역에 있는 문헌인 것으로 오해하게 할 수 있고, 이 내용에 관심 갖지 않으면 고대 역사 연구를 하지 않는 것이라고 읽힐 수도 있어서 부적절했다는 비판이 나옵니다.

[앵커]
대통령실은 어떻게 해명했나요?

[기자]
대통령실 김남준 대변인은 "해당 주장에 동의하거나 연구 검토를 지시한 게 아니"라고 했습니다. 김 대변인은 TV조선에 "제대로된 역사관을 갖고 연구를 하는 건지 대통령이 물어본 것"이라고 추가 해명했습니다. 진중권 동양대 교수는 환단고기 논란에 대해 "말이 헛나왔다고 사과하면 될 터인데 해명이 오히려 문제를 키운다"고 꼬집었습니다.

[앵커]
역사교육 관련해서도 다른 시급한 현안들이 많았을 텐데 대통령이 불필요한 논쟁을 만든 것 같네요. 신 기자,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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