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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욱 앵커의 시선] 잊혀진 소년소녀병

등록 2018.06.22 21:45

수정 2018.06.22 22:26

"죽지 말아라. 집에 가야지. 어머니 나 무서워요."

단편영화 '소년병'은 치매 걸린 할아버지와 여섯 살 증손자 이야기를 그립니다. 열여섯살 때 6.25전쟁에 나갔던 할아버지는 지금도 악몽에 시달립니다.

"이제 전쟁은 끝났어, 집으로 돌아가야 한단 말이야."

강원도 태백중학교 교정에는 충혼탑이 세워져 있습니다. 이 학교 다니던 백스물일곱명이 꼬박 사흘 눈길을 걸어 입대했습니다. 솜털도 가시지 않은 열네살부터 열일곱살 소년들이었습니다.

이용연 / 당시 학도병
"부모들은 반대하지만 나라가 위태로우니까 나가야겠다…"

이중 스무명 넘게 "총도 멜 수 없는 어린애"로 판정 받고 귀가명령을 받았지만 "우리는 같이 살고 같이 죽기로 했다"며 버텨 모두 군복을 입었습니다. 단 이틀 훈련받고 총을 든 소년들 중에 열여덞명이 전사했습니다.

태백중 노병들은 유월이면 모교 충혼탑에 모여 먼저간 친구들을 기립니다. 어제 대구에서도 '순국 소년병 2573 위령제'가 열렸습니다. '2573'은 3만명 가까운 열일곱살 이하 소년소녀병 중에 전사한 숫자입니다. 이제는 살아계신 분도 2천명이 안 됩니다.

하지만 정부는 소년병의 존재를 법률적으로 인정하지 않고 있습니다. 참전 사실을 인정하면 열여덟살 미만 징집을 금지하는 국제법 위반이 된다는 이유에서입니다.

그나마 2000년대 들어와서야 소년병 실태조사에 나섰고 명예 참전수당 명목으로 한 달에 30만원정도를 지급하는 게 고작입니다.

참전과정이 비슷한 재일 학도의용군에겐 월 130만원씩 보훈연금을 주는 것과도 차이가 큽니다.

지금 국회에는 7년째 올라온 소년병 보상법안이 심의를 앞두고 있습니다. 더 늦기 전에 응분의 예우를 해서 떠난 분, 살아계신 분 모두의 한을 풀어 드렸으면 합니다.

6.25 68주년을 앞둔 6월 22일 앵커의 시선은 '잊혀진 소년소녀병'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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